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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해가 뜨고 있다 생각했는데, 지고 있는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갈피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갈 지로 걷는 느낌. 무언가를 잡으려면 내 손에 잡고 있는걸 내려놔야 한다고 했던가. 만약 내 손에 아무것도 잡고 있지 않으면? 그래도 안잡힌다면? 그건 내 잘못인가요? 대나무가 그렇게 길- 게 자랄 수 있는 원인은 ‘마디’ 라고 했다. 텅텅 빈 대나무에게도 ‘마디’ 가 있어 그렇게 유연하면서도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다고. 나에게도 그런 인생의 ‘마디’ 들이 있다. 그게 좀 자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난 대나무가 아닌가. 중요한 인생의 숙제들을 해놓지 않은 이유로- 나는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일 것인가. 그것도 막연하고, 만약 그렇지 않은 내 삶도 막연하다. 그러나..

일기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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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령화사회, 에 대한 책을 읽다 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지하철 타고 가다가 눈물이 났다. 그립다는게 이런건가, 문득. 2. 부천역에 걸구 하시는, 본인이 암 말기 환자라 병원비며 생활비에 힘이 든다는게 걸구의 내용이었다. 그냥 지나쳤던 그 날, 그 피켓이 내내 맘에 쓰여 다음날 그 아저씨를 찾아봤지만 안나오셨더랬다. 그 다음날인가 그 아저씨가 또 나오셨기에 얼마를 나누었던 적이 있었는데, 바람이 차가워진 요즈음. 그 아저씨가 궁금하다. 병은 좀 괜찮아지셨을까. 3.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을 때, 누구도 기억나지 않는 삶.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는 할아버지와 일면식 없는 사람이나 기억하는 가을의 끝이라니. 4. 사랑을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는데, 내 사랑은 자꾸 반토막이 난다. 이제 몇 등분 남..

일기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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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간격' 이라는게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 간격은 사실 현실세계에서만 느껴지기 마련이다. 나- 와 타인과의 물리적인 거리. 그런데 요새는 다들 휴대폰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져서 그런걸까, 현실세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더 많이 부딪히는 것 같아.그저 조금 우리가 현실에 발 붙이고 살지 못하는 것 처럼 느껴져서.

일기 2017.11.06

프랜차이즈, 같은 남자

그는 프랜차이즈 같은 남자다. 프랜차이즈란 그런 것 아닌가. 나름 브랜드니까 그래도 어느정도 이상 만족은 가능할거란 믿음이 있는. 튀거나 독특한건 아니지만 실패는 피해갈 수 있는.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입맛도 그러했다. 피자도 굳이 동네 화덕피자보다 그저 특별할 것 없는 프랜차이즈 피자브랜드. 빵도 파리바게트. 커피도 스타벅스, 이디야, 할리스, 투썸. 그런 취향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건 아니다. 그런 프랜차이즈가 가진 장점은 사실 단점보다 확실하다. 그 사람이 좋은건 아니었다. 다만 싫어할 이유도 마땅치 않았다. 늘 언제나 기본은 할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와 함께 할 미래를 그려볼 때- 그냥 말 그대로 ‘문제 없는 삶’ 이 될 것이라는 기분이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그가 가진 장점은 그가 가..

일기 2017.10.25

미치겠네. 정말.

생각보다 조금 더 힘들다. 예를들면 덥다. 평소 추위를 타는 편인데도 더워서 반팔을 입고 다닐정도. 그리고 얼굴이 정.말. 뒤집어졌다. 시발. 그래서 피부과를 예약했다. 비록 2주 후 지만. 자꾸 입에서 단게 당긴다. 과자를 어마무시하게 먹고있다. 아 그만먹고싶어. 진짜. 그래서 그런가 체중이 좀 올랐다. 음. 진지하게 과자를 끊어야 한다. 내일부터 내가 과자먹으면 인간도 아닙니다. 진짜. 좀 피곤해서 그런가 잠은 잘 잔다. 다만- 자고 일어나도 체중이 줄어들지 않는다. 호르몬에 대한 책이 도움은 된다. 그런데 내가 그걸 알고 이해하면 뭐하나. 어쨌든 지금은 호르몬이 나오면 안되고, 그러면 저런 일들이 끝없이 지속될거라는 거. 저런게 싫어서 노력하면 호르몬이 나올거고 그러면 또 치료에는 방해되는거고. 그..

일기 2017.10.19

그놈의 호르몬

지난 주중, 몸이 괜찮아진 것 같아 점심러닝을 시작한 이튿날, 저녁에 샤워하려고 수술 부위에 부착한 방수테잎을 뜯어내니 땀 때문인지, 운동 때문인지 염증이 생겨 응급실에 갔었다. 아프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암튼 운동을 당분간 정말 못하게 되었다.주말이면 3km나 5km을 습관처럼 뛰었었는데, 못하고보니, 주말 오전이 이렇게나 길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은 실밥도 풀고 스테플러 찍어놓은 곳도 풀었다. 지난번 염증이 생긴 것 때문에- 그래도 시월은 조심해야 한다 그랬다. 목욕도.그리고 수술한 사진을 보고, 경과도 듣고, 호르몬 주사도 맞았다.수술은 잘 되었지만, 장까지 번져있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렸고 약 처리도 많이 해야 했다고. 그리고 많이 번져있어 아마 재발할 가능성이 높..

일기 2017.10.15

쓸데없는 얘기

# 갑자기 네가 왔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한 번 보고싶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그걸 내 입으로 할 수 없었던 터였다. 혹시 너에게 연락이 오면 만나겠지만,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어 버렸다. 사실 마음은 편해졌다. 예전같지 않았다. 잘 보이고 싶었고, 예뻐보이고 싶었지만,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별 수 없었다. 언뜻, 네가 '이 동네오면..' 이란 말을 했다. 그 말이 꼭 '널 보러 또 여기 올께' 로 들렸다. 그게 아니었더라도 기분 좋았다.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널 좋아한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다만 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일 뿐. # 나이 먹은 사람의 연애는 좀 유연해야 한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말에도 당황하지 말아야 하며, 갑자기 끊어지는 연락에도 ..

일기 2017.10.09

하자니 귀찮고, 안하려니 신경쓰이고

하자니 귀찮고, 안하려니 신경쓰이고. 1. 공부 아 공부를 이렇게 늦게(?) 까지 해야하는 것인줄 알았으면. 업무에 관련된 일에 너무 뒤쳐지는 것 같아, 쉬면서도 늘 좀 미리 봐둘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았던건 아니었다. 무려 이틀정도는 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니. 더군다나 중국어로 이 내용들을 숙지 하고 있어야 해서, 중국어로 씌여진 제품 설명서를 읽고 있는데- 아니 한국어로도 이해 못한 내용들을 영어로, 중국어로 읽고 내용 숙지해야 해서 그런지 귀찮고, 안하려니 곧 다가올 출근이 신경쓰이고. 2. 운동 시작은 어디부터였을까. 그 날 먹은것들이 그 날 모두 소비되지 않는다는걸 깨닫는 순간부터 였을까. 아님- 조금 더 먹고 싶은 욕심이었을까. 나는 손쉽게,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일기 2017.10.07

사랑에 빠지고 싶다

이 노래가 한참 화제가 되었을 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영화를 보고 와서 빵을 먹다가 문득. 이 노래 가사에 공감해버렸다. 운동을 하고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영화도 챙겨보곤 해 서점에 들러 책 속에 빠져서 낯선 세상에 가슴 설레지 이런 인생 정말 괜찮아 보여 난 너무 잘 살고 있어 헌데 왜 너무 외롭다 나 눈물이 난다 내 인생은 이토록 화려한데 고독이 온다 넌 나에게 묻는다 너는 이 순간 진짜 행복하니 난 대답한다 난 너무 외롭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사랑이 뭘까 난 그게 참 궁금해 사랑하면서 난 또 외롭다 사는 게 뭘까 왜 이렇게 외롭니 수술까지 포함해서 거의 보름에 가까운 휴일이 주어졌는데 물론 잘 지내고 잘 먹고 잘 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깨달은 사실..

음악 2017.10.06

남한산성 (2017)

이병헌은 내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순간 나도 울고 싶어졌다. 그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 눈빛, 연기는 싫어할 수 없다. 김윤식이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는 상투적인 대사를 고수에게 날렸다. 사실 난 이 장면이 좋았다. 누군가 누군가의 이름을 묻는 장면은 늘 인상적이다. 이리 말해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반대 의견을 말해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는 신하들을 보면서- 또 가장 현대적(?) 이며 아이러니한 인물인 ‘영의정’ 의 씬들은 차라리 블랙코미디에 가까웠다. 난 이 정도의 개그코드가 이 영화에 적절했다고 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옳지 못하다 할 수 없고, 같다고 해서 옳다고 할 수 없다는걸 이제는 알 것..

영화 2017.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