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122.

comodisimo 2017. 1. 22. 21:48

도깨비가 끝났다. 그냥 끝났다, 고 하기엔 좀 아쉽다. 진짜 손에 꼽히는 내 인생 드라마였으니. 뭐 하나 아쉬울것이 없었다. 좋아서, 좋지 않아서, 적당해서 참 좋았다. 도깨비. 


'에드워드 진' 이라는 작가의 책들은 동화를 읽는듯, 성경의 한 부분을 드라마틱하게 전개해 놓은 책들이 있다. 예전엔가, '신의 열애' 라는 책을 읽었고, 오랜만에 그 책이 다시 읽어보고 싶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김에 에드워드 진의 책 세권을 빌려 읽었다. 

그 중, '3호실의 죄수' 라는 책을 읽다가,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는 성경에서 따온 구절에 마음이 콕 박힌다. 


나는 늘 무언가를 변명하고 싶어한다. 그건 내 탓이 아니고 저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고, 그건 내 잘못이 아니고 그 때 그 사람이 나를 말리지 않아서 그런것이고, 아니면 나를 말려서 그런것이고. 내가 안하는게 아니고 저 사람이 돕지 않는것이며, 내가 안가는게 아니고 저 사람이 못가게 하는것이라고. 

그러나 사실 나는 정말이지, 이제 더이상 무언가를 변명하고 싶지 않다. 나를 괴롭히는건 그 누구도 아니고 나 뿐이다. 그러니 더이상 합리화, 변명같은것들로 나를 보호하는건 그만하고 싶다. 


아빠가 어느날 아침, '너도 잘 지내고 있고..' 라고 하셨다. 며칠 전에 엄마도. 나는 되물었다. '나 잘지내는거 확실해?' 두 분의 대답은 직장에 잘 다니고 있고,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잘 들어오고, 쓸만큼 돈을 가지고 있으니 괜찮은거다, 라고 하셨는데, 정작 나는 그게 정말 잘 지내는건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그저 그런게 잘 지내는건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더 기대하는건가. 나는, 만족할 줄 모르는 욕심이 많은 사람인건가. 

잘 지내는거라고. 이런게. 다들 이렇게 지내는거지? 다들 이렇게 지내는걸 '잘' 이라는 거잖아?


누군가가 '하나님이 하셨다' 면서 자신에게 생긴 '행운' 을 자랑할 때, 왜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가, 그것이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증거라면, 나와는 함께하시지 않는가, 하고 좌절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런데, 그 책에서는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않는자가 복이 있다' 는 구절을 끝끝내 끌어내어-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적어도 기적이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내가 불행한 이유를 '하나님'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더이상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사실 하나님 때문은 아니니까. 


부모님 말씀처럼,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 그게 잘 사는거라면 그게 맞는 말이겠지. 그럼 다른 문제가 있겠지. 내가 이렇게 무언가를 -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계속 찾느랴 마음이 허전한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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