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210_

comodisimo 2017. 2. 10. 11:48
오늘 오랜만에 친한 언니와-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몇년째 연애 휴식기를 맞이하는 내 자신에 어떤 문제가 있는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을 좀 덜어냈다.
요새 이렇게 자주 블로그를 들락거리는 지금의 나의 상태는, 몹시 외롭고 심심하다는건데- 다른때와는 다르게 이번은 누군가와 함께 이 심심함을 이겨내고 싶은 욕구가 든다는게 문제다.

내가 요즘 만나는 외부 사람들이란, 내가 돈을 지불한 사람들이다. 아니면, 나에게 돈을 가져가기 위한 사람들. 
가령, 커피가게의 사장님에게 돈을 지불하고 원두와 커피를 샀고, 피트니스의 트레이너에게 돈을 지불하고 운동하고 있으며- 가끔 연락오는 사람들도 '누나가 밥사요' 하는 사람들 뿐이다.

나는 그저- 누가 밥을 사느냐, 누가 돈을 내느냐와 상관없이 마시고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그게 꼭 건설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 교감이 있는 사람이 있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마음의 고민을 털어놓아야 할 때도 돈을 지불하고 예약을 해서 '상담사' 를 만나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친구가 없다. 아니, 없다기 보단 만들기 어려워졌다. 
모두에겐 정해진 삶의 틀이 너무나도 확고해서, 그 틈을 내가 비집고 들어가 '나에게 조금 여유를 내주지 않을래?' 하고 물어보기 어려워졌다. 그 틈이 얼마나 어려운지, 내 삶인데 내 맘대로 내지 못하는게 바로 그 틈이니까- 나에게 누군가가 그렇게 한다 했을 때, 나는 그것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다.
굳이 그 틈을 벌리고, 그 안을 상대로 가득 채우려 애쓰기 때문이다.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에, 사랑타령이라니, 우스운건가 싶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누군들 나에게 그 틈을 내어주겠는가.

그 언니가 그랬다.
내 성격이 이래서 연애를 못하는구나 이런 생각 절대로 절대로 하지 말라고. 더 더 당당해지라고. 희생만 하는 연애는 하지 말고, 내가 존경하고 진심으로 잘해주고 사랑해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대강대강 만나 결혼하는건 무의미라며.


오랜만에 참 심심하고 외롭다. 지금도 충분히 잘 지내고 있지만, 이 잘 지내는 삶의 중간에 - 지금까지 그건 참 싫은 일이었지만. - 누군가와 함께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고 우울한 일상을 공감하고 싶다.


그러니까 이 글은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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