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221_

comodisimo 2017. 2. 21. 14:39

지극히 고통스러운 날들이 찾아왔다. 20년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날들.


다이어트를 하다보니 먹고싶은걸 충분히 먹을수가 없는데, 특히 초반에 괴로웠던건 바로 '커피' 였다. 사실 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라떼나 믹스커피를 마시지 못하다보니 선택권은 아메리카노밖에 없어 요즘은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오늘은 지극히 고통스럽고 짜증나는 날이다보니, 나의 정신과 마음을 달랠겸, 오랜만에 믹스커피를 한 잔 마셔봤는데, 세상에. 별로 맛이 없다.

지난번에도 먹고 싶었던 치즈가 가득한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었을 때의 감정과 다르지 않았다. 머리로 느끼기엔 맛있지만, 막상 입으로 들어가고 뱃속에서는 즐겁지 않은 음식. 그러니까 '맛있을 것이다' 라는 기대로 먹은 나의 기대템들이 무너질때마다 '그거 아니라도 괜찮네-' 라는 묘한 위로와 희열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 더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는 것.


그래서 다이어트는 어떻게 됐냐면-

시작한지는 두 달이 채 되지 않았고, PT 회차로는 딱 절반, 18회를 진행했다. 지난주 토요일에 인바디 측정을 다시 했고, 처음보다 6.5kg 감량했다. 다른것보다 지방이 6kg 가까이 빠졌다는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서 기초대사량이 표준범위 안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기쁜마음에 주말에 피자, 샐러드, 스테이크가 들어간 리조또에, 맥주, 와인까지 탈탈 털어 먹고 내내 후회했다는 이야기. 이왕 먹을거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랑 먹을걸.


책을 네 권정도 한꺼번에 빌려 차근차근 지난 주말까지 다 읽어버렸다. 읽어버렸다- 라고 쓰는게 맞을정도로 그냥 읽어버렸다. 그리고 다 반납하면서 미처 다른 책들을 빌리지 못했더니 기분이 이상한 월요일이 되었다.

사실 난 책벌레도 아니고 책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확실히 무언가가 피슝- 하고 빠져나가는 것 처럼 기운이 없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소설을 읽으려고 한다. 여러권 봐두었다. 이번주는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읽을 예정이다.


머리카락이 하도 지저분해보여 퇴근길 급히 예약하고 미용실로 달려갔다. 디자이너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 했다. '거지존이네요-' 단발에서 장발로 넘어가는- 어중간한 길이. 거지존. 이 시기는 (뭘 해도 예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묶어서 몇개월 꾹 참아야 넘어간다고 했다.

하다못해 머리카락 마저 '지금' 이 없다.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단다. 내가 사는 지금은 늘 '조금만 더 기다려', '거지같겠지만, 지금에 만족하도록 노력해봐' 밖에 남아있지 않다.


세알째, 진통제를 먹으며.

오늘은 이미 시작과 동시에 끝이 났으니, 더이상 스스로 괴롭게 하지 않고 얼른 집에가서 자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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