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70313_부산

comodisimo 2017. 3. 13. 11:21


부산에 다녀왔다. 사실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좀 쉬고 싶었다. 딱히 뭘 해야 하거나 하고 싶었던건 없었지만, 그래도 좀 떠나면 기분이 나아질까, 싶었다.

10년 전, 친구랑 놀러갔던 것 제외하고- 그 이후로 두세번 갔었다. 일 때문에 간거라 늘 허겁지겁- '아 여기가 부산이구나' 하고 돌아왔었고, 쉬러간건 오랜만이었다.

도착하고 부산역에 짐을 보관하고, 감천으로 갔다.



관광지야 늘 그렇지만, 목적이 '어린왕자' 였기 때문에 두리번거리지 않고 곧장 어린왕자를 찾아갔다. 오전 일찍이라 비교적 짧은 줄에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동네가 예쁘긴 했지만, 예전에 벽화마을 주민들이 관광객 때문에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마냥 설레진 않았다.



올 초부터 시작한 다이어트 때문에- 라고 하기엔 사실 짜장면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암튼 꽤 오랜만에 짜장면을 먹었다. 범죄와의 전쟁이나 뭐 신세계에서 나왔던 그 짜장면집이었다. 부산 짜장면은 계란후라이가 올라간다고 그러기도 하고, 방송에도 꽤 많이 나왔던 음식이라 탕수육이랑 간짜장을 시켰다.

사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맛이긴 하지만 간짜장은 맛있었다. 계란후라이가 올라간건 진짜 처음이었다.

블로그에서 찾아보면 줄을 선다고 하던데, 오픈시간에 맞춰갔더니 여유있게 먹고 나왔다.



걸어걸어 국제시장이랑 보수동 책골목까지 다녀왔다. 예전에 갔을 땐, 일본 과자나 그런걸 쉽게 구하기 어려웠더래서- 국제시장이 꽤 재밌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젠 큰 대형마트에서도 '세계과자' 라며 진열대가 따로 있어 이젠 그것도 특별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도 시장 구경하는 재미는 늘 있다.

먹어보고 싶었던건 '비빔당면' 이랑 '물떡' 이었다. 사실 좀 입맛에 맞진 않았다. 일반적으로 내 주변 어른들은 분식점에 잘 가지 않으시는데, 이런 분식을 먹으러 어른들이 많이 오신다는건 좀 특이했다.



보수동쪽엔 벚꽃이 피었다. 올 해 처음 보는 꽃이었다. 꽃이 그렇게도 좋냐, 는 노래도 있지만- 네. 좋습니다. 겨우내 황량한 나무만 보다가- 이렇게 꽃을 보니 설레이는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걸어걸어 부평시장쪽으로 내려가 군것질을 더 하고- 해운대로 넘어갔다.



해운대에 온천이 있다고 했다. 큰 온천센터도 있다고 했지만, 그 옆에 '할매탕' 이라는 목욕탕으로 갔다. 온천도 하고 세신도 하고. 오이마사지도 해주셔서 뽀득뽀득 씻고 나왔다.

부산에는 OPS 라는 빵집이 있다던데, 해운대점 OPS에 가서 '학원전' 이란 빵이랑 애플파이, 슈크림까지 사와서 다음날 아침에 먹었는데- 유명하다던 학원전이나 슈크림빵은 특별할 것 없는 빵이었고, 애플파이는 달지않아 맛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꼼장어. 사실 이게 먹고 싶어서 간 부산이었다. 어려서 연탄에 구운것만 먹어봤었는데- 또 입맛 까다로운 친구님을 배려하여- 양념으로 골라 먹었다. 세신할 때 여쭤봤는데, 용궁사 가는 길에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하셨다. 그 집은 꼼장어 해물탕? 이랬나, 그런게 있다고 했는데 부산사람들은 그 집에 간다고 했다. 시간이 있으면 나중에 꼭 가봐야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아침에 일어나 센텀시티로 갔다. 길 건너 강변에 무료 자전거 대여하는 곳이 있다. 주민등록증만 맡기면 한시간 무료인데- 자전거를 빌려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볕이 너무 좋았다.

센텀시티 백화점도 훑었다. 사실 뭐 별다를게 없었다. 거의 서울에서 다 살 수 있는것들이라- 빵순이 1,2 인 엄마와 새언니를 위해 몇가지만 샀다. 저 BAKE의 치즈타르트는 진짜 맛있더라. 소공동 롯데랑 센트럴에서도 살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뭐 또 사겠느냐만-



첫 날, 호텔에서 티비를 보는데, 삶이 자꾸 빠르게 흘러간다 느끼는 이유는 삶의 패턴이 단조로워지기 때문이랬다. 새로 배울것도 드물어지고, 새로운 길로 갈 일이 적어지고, 하는 일은 반복되다보면 삶의 모든걸 억지로 기억하지 않게 되고, 그러다보면 점점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거라고. 그래서 우린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길을 가고, 새로운 곳에 가야 한다고 했다.

별다를게 없을걸 알면서도 여행을 다니고, 여행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야 말로 그런 경험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나의 삶이 여행과 근접한 삶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매일매일을 새롭게 살아야겠다, 고 마음먹었다.

매일 다른 향을 바르고, 새로운 책을 읽어보는 것. 일상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단조롭지 않은 삶에 대한 방법이 아닐까.


여행은 끝났다. 뭔가 기분이 전환되길 바랬는데- 월요일 출근하고 보니 상황은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 언젠가 어느 책에서 불행은 불평하는 순간 생긴다고 읽었다. 자꾸 불평하는게 싫어, 어지간하면 오늘은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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