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329.

comodisimo 2017. 3. 29. 23:03

평소와 다를게 없던 출근 길. 워낙 사람들이랑 복작거리는걸 싫어해서, 30년을 넘게 산 도시에서 어지간 하지 않으면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드문- 인간관계 좁은 내가 지하철 환승역. 그것도 같은 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것도 전 남자친구.

확실하진 않았지만, 어쩐지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는 느낌이었고, 그게 쎄- 한 육감으로는 그 사람이었음이 느껴졌다. 반갑기보단 당혹스러웠다. 그리고 그와의 이별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생각해보려 했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난 그에게 어떤 모양으로 남겨져있을까. 아니, 궁금하지 않다.

그래서 내일부턴 조금 패턴을 바꿔보려한다. 자주 타던 칸이라도 벗어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다.

지난번, 내 실수로 정말 보내지 말았어야 할 사람을 영영. 가장 찌질하게 보낸 후. 지나간 사람에 대한 미련은 버리기로 했다. 헤어졌다면 이유가 분명했을 터. 그 이유가 나였건 그였건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서로에게 가장 잔인한 시간들을 마지막 선물로 공유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도 다들 잘 살아주시게. 어차피 나와 함께였어도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을테니, 그것보다는 잘 살아주시길.

사람들이 왜 연애를 안하느냐 묻는데, 딱히 안한다기보다- 예전보다 기회가 줄었고, 연애의 사각거림을 생각하자니 낯간지러워 주저하게 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사실은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사랑' 이라는 것 때문에 감히 귀찮고 피곤한 일마저 하게끔 하는 사람이 있어주길 바라는게 아닐까.

암튼. 그때의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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