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80221.

comodisimo 2018. 2. 21. 10:01

같은 문제 때문에 여러번 말이 있었지만, 어제는 꽤 긴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그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또 말을 걸었다. 내가 그러지 않으면 그 친구가 먼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친구의 그런 면을 몹시 충분하게, 다음에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거뜬히 이해하고 넘어가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무시하여, 화는 나고 이해는 안되지만, 철저하게 무시하여 같은 모습으로 응수해주거나, 그것도 싫으면 그만 만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하여, 더이상은 그 문제를 언급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무언가를 생각했다는 그는,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말하지 않고, 빨리 나를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으로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했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면 늘 그런식으로-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담겼는지는 늘 감춰둔 채, 하고 싶은 말만 두루뭉술하게 하는 사람이었다는걸 다시 깨달았다.

만약 그와 긴 시간을 함께해야 한다면, 나는 그 친구의 그런 면을 그렇게, 이해하거나 무시하거나- 의 방법으로 넘어가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편으론 마음에 무거웠던 것이 툭, 떨어졌다.

아마 그건, 이 친구를 놓치면 나에게 다음 사람이 언제 생길지 모를거라는 불안함에, 무작정 잘해보자- 였다면, 이제는 물론 그 친구를 놓치게 되면 또 긴 시간 나는 그 부담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 는 마음이 생겼다.

정말 아니라면, 아닌것이다.

주변인들에게, 또 가족들에게, 너무 그를 좋게, 많이 이야기 한 내 탓도 크다. 이렇게 몇 년 더 늙어버린다면, 가족들의 무거운 짐이 된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걸지도 모른다.


그의 어느점을 좋아하는건지, 곰곰히 생각해봐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내 노력으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와 함께 미래를 꿈꾼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 우리가 함께여야 한다면, 그렇게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면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만약 내가 누군가와 함께하길 원하신다면 분명 만날것이다. 

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나저나, 나의 모습은 아직도 성숙하지 못했을까? 

누군가를 품기에 마음이 작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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