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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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odisimo 2018. 4. 5.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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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나의 질문에 대답을 안할때는, '나는 너의 생각과 같지 않아.' 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네가 틀렸다고 할 수 없으므로. 네 마음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네가 잘못한건 아니므로.

다만 그렇게 거절당한 내가 할 수 있는 반항은

네가 보고싶지만, 보고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 말을 하고 싶지만 숨기는 것. 너와 같은 방식으로 대답하고 행동하는 것.


이런 시간이 길어지며 느끼는건

내가 굳이 누군가를 바꾸려 하지 말고, 그냥 이런 상황의 너는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 하고 넘어가는 것. 이런 시간과 관계가 싫은 사람이 먼저 떠나자, 하고 마음 먹어야 한다.


그러나, 다정한 말을 해주지 않는 네 마음이 정말 그런건지 두렵고, 확신할 수 없어 점점 손을 놓게된다. 


*

나를 나보다 더 구석구석 살필 그런 사람이 너였으면- 하고 바라지만, 이토록 확신을 주지 않는 네게 내가 왜 그래야 하는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음으로, 내 마음을 전해본다. 나는 굳이 그럴 마음은 없으니, 네가 원한다면 너를 모두 나에게 보여줘야 할 것을.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닐거라고.


*

그렇게 겨울이 길고 매섭더니 꽃이 피고 따뜻한 바람이 분다. 여름의 공기가 어떠했는지, 낮의 해가 길어지는게 어떤 기분인지 다 잊었는 줄 알았는데 또 그 시간이 오니, 몸이 다 기억한다. 아침에 일어나 푸르스름한 창가에 따뜻함을 느낀다.

오랫동안 겪지 않는다고 잊는건 아니다. 이전에 겪었다면 분명 몸이 다 기억한다. 생생해지며 또 다른 기억으로 만드는건 내 몫이지만.


*

한동안 몸이 괴로워 좋아하던 모든 일들을 잠시 내려놨었다. 한동안 집중했던 운동도, 독서도, 다 버겁고 힘들었다. 아무것도 안하는 주말이 많아졌고, 그저 늘어져 있는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가버렸다.

조금 괜찮아졌을까. 어느날 책이 보고 싶어 지난주 퇴근길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렸고, 꽤 흥미로운 소설을 두 권, 비소설도 두 권 읽었다. 

요즘 읽는건 최근 개봉한 영화의 원작인데, 첫사랑에 대한 묘사가 몹시나 섬세하게 되어있었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면 심장이 쿵쾅거리는건, 설레어서- 가 아니라 '그 사람이 날 싫어할까 두려워서' 라고 했다. 나는 이 느낌을 이 소설에서 온전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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