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그놈의 호르몬

comodisimo 2017. 10. 15. 20:27

지난 주중, 몸이 괜찮아진 것 같아 점심러닝을 시작한 이튿날, 저녁에 샤워하려고 수술 부위에 부착한 방수테잎을 뜯어내니 땀 때문인지, 운동 때문인지 염증이 생겨 응급실에 갔었다. 

아프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암튼 운동을 당분간 정말 못하게 되었다.

주말이면 3km나 5km을 습관처럼 뛰었었는데, 못하고보니, 주말 오전이 이렇게나 길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토요일은 실밥도 풀고 스테플러 찍어놓은 곳도 풀었다. 

지난번 염증이 생긴 것 때문에- 그래도 시월은 조심해야 한다 그랬다. 목욕도.

그리고 수술한 사진을 보고, 경과도 듣고, 호르몬 주사도 맞았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장까지 번져있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렸고 약 처리도 많이 해야 했다고. 그리고 많이 번져있어 아마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랬다. 그리고 걱정하던 호르몬 주사.


근육주사 였는데, 그 주사를 맞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잘 분간은 안되지만 암튼 오늘- 신체와 정신에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


속이 더부룩하고 미식거리지만, 배가 고프다. 그러나 입맛은 없음.

열이 조금 있다.

근육들이 조금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기도 하고, 걸을 때 '내가 왜 이렇게 어지럽지' 싶을 정도.

조금 우울하다. 아니, 조금은 아니고 조금보다 조금 더.

그래서 말하기도 귀찮고.


이 주사를 세 번 정도 맞아야 하고, 주사가 끝나면 약을 또 한참 먹어야 한단다.


억울한게 이런 병들이 다 '호르몬' 에 관련한 병들인데, 자꾸 이런 병들에 걸려 넘어진다는게 조금 억울하고 분하다. 

그래서 책을 세 권 빌려놓았다. 

읽고, 이겨낼 것이다. 건강해져야지. 우울해지지 말아야지. 괜히 슬퍼지지 말아야지. 뚱뚱해지지 말아야지.


회사 일에 자꾸 마음만 답답한 것 같아 해야 할 일들을 잔뜩 쌓아서 집에 가져와놓고는 아무것도 안했다.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것도 괴롭지만, 하려고 앉아있는 것 또한 괴롭다. 그리고 벌써 일요일 저녁 8시.


강신주의 다상담, 이란 책 중 '사랑, 몸, 고독' 편을 읽었다. 꽤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책을 좀 적어둘 걸 그랬나. 


아무튼 '몰입' 이 가장 중요한 파트를 차지한다는 글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주인공이 되고, 몰입하게 된다고. 그렇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소리높여 싸워도 창피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게 창피하게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고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으로 향한 그 '몰입' 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던 것 같다. (정확하지 않음) 우리는 우리에게 집착할 때, 고독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머리가 복잡하면 몸을 써서 몰입을 벗어나고, 몸이 괴로우면 정신에 몰입하여 몸의 상황을 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몸도 결론적으로 좋지 않고, 이것 때문에 머리도 복잡하니- 이럴 때 긍정적인 나의 방향은 '일' 이라고 결론지었다. 뭐라도 탈출해야겠다. 지금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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