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낙화

comodisimo 2012. 9. 18. 22:09
낙화 (落花)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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