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엄마를 부탁해]

comodisimo 2012. 9. 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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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게 다 할 때가 있는 법인디... 나는 평생 니 엄마한테 말을 안하거나 할 때를 놓치거나 알아주겄거니 하며 살었고나. 인자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디 들을 사람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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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형제들 중에서 가난으로부터 자유로운 애가 너여서 뭐든 자유롭게 두자고 했을 뿐인데 그 자유로 내게 자주 딴세상을 엿보게 한 너여서 나는 네가 더 맘껏 자유로워지기를 바랬고나. 더 양껏 자유로워져 누구보다도 많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기를 바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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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딸. 얼굴을 좀 펴봐라아. 이렇게 고단한 얼굴을 하고 잠을 자면 주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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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내 무릎을 베고 누워라. 좀 쉬렴. 나 때문에 슬퍼하지 말아라. 엄마는 네가 있어 기쁜날이 많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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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당신이 내 인생에 있었다고 알지 못해도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뗏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재. 나는 당신이 있어 좋았소.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나는 이제 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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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웃지 않게.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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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엄마의 일생을 고통과 희생으로만 기억하는 건 우리 생각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엄마를 슬프게만 기억하는 건 우리 죄의식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그것이 오히려 엄마의 일생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다 읽을 작정으로 책 들고 동네 카페가서 다 읽어버렸다.

괜히 감정이 격해져서 사람도 별 없는데 혼자 훌쩍거렸음. -_-


집에 와서는 예식장 다녀오신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했다.

밖에 날씨도 쌀쌀했고, 

에어컨 켜놓은 카페에 꼼짝않고 있었더니

몸도 추워져서 으슬으슬 했었는데

'아오 나는 왜 이렇게 덥니' 하던 엄마품에 쏙 안기니까

따뜻-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언젠가는 아마 엄마가 될테고

울 엄마도 더 연세 드실텐데-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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