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630

쓸데없는 얘기

# 갑자기 네가 왔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래도 한 번 보고싶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그걸 내 입으로 할 수 없었던 터였다. 혹시 너에게 연락이 오면 만나겠지만,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할 수 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어 버렸다. 사실 마음은 편해졌다. 예전같지 않았다. 잘 보이고 싶었고, 예뻐보이고 싶었지만,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별 수 없었다. 언뜻, 네가 '이 동네오면..' 이란 말을 했다. 그 말이 꼭 '널 보러 또 여기 올께' 로 들렸다. 그게 아니었더라도 기분 좋았다.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널 좋아한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 다만 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일 뿐. # 나이 먹은 사람의 연애는 좀 유연해야 한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말에도 당황하지 말아야 하며, 갑자기 끊어지는 연락에도 ..

일기 2017.10.09

하자니 귀찮고, 안하려니 신경쓰이고

하자니 귀찮고, 안하려니 신경쓰이고. 1. 공부 아 공부를 이렇게 늦게(?) 까지 해야하는 것인줄 알았으면. 업무에 관련된 일에 너무 뒤쳐지는 것 같아, 쉬면서도 늘 좀 미리 봐둘까. 하는 고민을 하지 않았던건 아니었다. 무려 이틀정도는 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니. 더군다나 중국어로 이 내용들을 숙지 하고 있어야 해서, 중국어로 씌여진 제품 설명서를 읽고 있는데- 아니 한국어로도 이해 못한 내용들을 영어로, 중국어로 읽고 내용 숙지해야 해서 그런지 귀찮고, 안하려니 곧 다가올 출근이 신경쓰이고. 2. 운동 시작은 어디부터였을까. 그 날 먹은것들이 그 날 모두 소비되지 않는다는걸 깨닫는 순간부터 였을까. 아님- 조금 더 먹고 싶은 욕심이었을까. 나는 손쉽게,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일기 2017.10.07

더 반짝인다.

​​ 나는 네게 그렇게 말했다. “네가 날 멋있는 사람으로 봐주는 것 말고 이젠 예쁜 여자로 봐줬으면 좋겠어.”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 그 날 헤어지며 너는 내게 뜬금없는 키스를 했고 그 키스에 또 설레였던 나였다. 아마 그것이 마지막인줄 알았으면 네게 그런 말은 안했을 것이다. 효리가 상순에게 했던 저 말이 얼마나 강한 사랑의 고백인지 내가 네 옆에서 얼마나 더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은지 그러니 나를 더 바라봐다오, 사랑해다오, 하는- 아름다운 고백인지 나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 날의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아무런 요구도 할 수 없다. 그저 사랑한다는 말 조차도 허공의 메아리 처럼 돌고 돌다 사라질 뿐. 내 사랑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영원하지 ..

일기 2017.09.29

170926.

입원해서 피도 뽑고 주사도 맞고 이것저것. 불려다니고 체크도 하고 온갖 굴욕을 다 겪었는데, 이제 좀 심심하다. 잠이나 자기엔 너무 시끄럽다. ​ 주사를 잘못 꽂았다고 여러번 쑤셨다. 사실 팔에 주사 꽂는거 무서워 하지 않는편인데 너무 아파서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아마 웃음이겠지. 하나도 무섭지는 않다. 근데 조금 울고 싶다. 아니 자고 싶다. 자꾸 들어와서 이것저것 체크만 안하면, 아니 제발 조용해지면. 그러니까 잘 수 없다는 말입니다. 안되겠다. 한 숨 자야지.

일기 2017.09.26

170925.

손에 아무일도 잡히지 않는다.간단한 수술이고, 잘 해결될거다, 라고 하는데 그 말은 사실이지만 사실 난 지금 아무 의욕이 없다. 그런 말도 듣고 싶지 않다. 입원해서 읽으려고 책을 한 권 빌렸다. 김애란의 '비행운'서평에서 어떤 사람은 지독하게 우울한 책이라고 그랬다. 그런게 필요했다. 나보다 우울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쁜 말 처럼 들릴진 몰라도, 그런 얘기가 필요하다. 나의 일상이, 나의 외로움이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줄 그런 얘기. 그러니 그만 청승떨라고. 당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하루종일 간식을 입에 물고 살았다. 배는 부른데 입에서 자꾸 먹으라 한다. 살 찌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했었다. 해시태그만 달면 관심있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다. 다만..

일기 2017.09.25

170924 사랑타령

출장 잘 다녀왔습니다. 출장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었는데 뭐 어찌어찌,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 중. 자체 평가를 내리자면, 업무용 단어를 좀 공부해야 될 것 같다는 것. 노력하지 않으면 되는게 아무것도 없다. 정말. 중국은 인터넷이 정말 느린데, 예를들면 사진 한 장을 전송하려고 하면 3분 이상 걸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보내다가 취소되기도 하고 중단시킬수도 있고, 취소할 수도 있다. 답답하긴 해도 한 번 손가락 끝을 떠난 메시지가 취소될 시간이 있다는 것 만큼 좋은게 또 있을까. 아마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말을 꽤나 아끼고 살게 될 것이다. 대부분 우리는 쓸데없는 말들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전송되지 못한 사진을 취소하며 지워내듯, 먼저 앞서나간 내 마음을 지워내는 일도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일기 2017.09.24

괜찮아요.

주말 내내 시험공부에 온 집중을 했더니 머리가 아프다. 잘 안오던 잠도 잘 오고 식단 조절도 파괴됨. 당장 수요일부터는 중국 출장에 통역도 신경써야 하는데.. 하아 괴롭다. 하긴 공부라도 안했으면 마음이 더 괴로웠을지도 모르겠구나. 늘 더 기대하고 더 실망하고. 실망의 끝을두고 사람들은 '네 잘못이 아니다' 라고 하지만- 아니요, 그건 제가 만든 제 잘못일지도 몰라요. 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지 못하였는가, 는 제 잘못이지요. 한번 더, 의 끝은 늘 좋지 않았다. 왜 내가 굳이 그 한번을 더 확인하고 싶었을까. 묻지 않아도, 확인하지 않아도 확실한거였는데. 나는 늘 바보처럼 그렇게 한번 더 확인해보고, 확실하게 상처받는다. 그렇게 해야 마음이 더 편한걸까. 확인사살이라니. 그래도 티 내..

일기 2017.09.17

9월의 일정들.

다음주는 출장을 간다. 상해는 두번째다. 여행으로 갔을 땐 상해가 그렇게 좋았다. 여기라면 평생 살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매일 저녁 와이탄에서 야경을 구경했다. 그런 여유는 이번엔 없겠지만, 그래도 상해라니. 이왕 가는거, 빨리 출발하고 싶네요. 여행처럼 쓱. 물론 통역하려면 진땀 좀 빼겠지만.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은 자격증 시험을 본다. 내가 그걸 왜 본다고 했을까. 이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시험까지 신경써야 하다니! 막상 문제집을 펼쳐들었는데, 자신감 하락. 저는 무조건 외우는건 못하거든요. 맥락이 없으면 이해를 못해요. 그래서 그런가봐요. 사랑도 못하는게. 사람 마음이라는게 워낙 맥락이 없으니까. 수술일정을 잡았다. 어찌보면 생애 첫 수술이 되시겠다. 좀 미뤄볼까 했는데 사이즈가 작지 않아 해..

일기 2017.09.10

170902.

9월이 시작됐다. 이직은 2주차가 지나갔고 여전히 버벅대지만 그래도 3주차인 다음주는 조금 더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해가 짧아졌다. 해가 짧아진걸 느끼는 어느날, 매 해마다 '앗! 이게뭐야! 해가 짧아졌잖아!' 하고 마음이 다급해진다. 그리고 나만 세상에서 그런 일을 당한 것 처럼 당혹스럽다. 사실 매일매일, 1분씩 짧아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또 올 해가 슬슬 저물어가고 있다. 벌써 저문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지만, 감정적인 거리가 그러하다. 나는 올 해 무엇을 남겼나. 돌이켜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이 변화들을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이제 주변인들은 어지간한 변화가 아니고서야 누군가의 변화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다들 이래서 연애하는 거겠지. 생리대는 기호상품..

일기 201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