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 (2017)

comodisimo 2017. 10. 4. 23:43

이병헌은 내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순간 나도 울고 싶어졌다.
그는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 눈빛, 연기는 싫어할 수 없다.

김윤식이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는 상투적인 대사를 고수에게 날렸다. 사실 난 이 장면이 좋았다. 누군가 누군가의 이름을 묻는 장면은 늘 인상적이다.

이리 말해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반대 의견을 말해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는 신하들을 보면서- 또 가장 현대적(?) 이며 아이러니한 인물인 ‘영의정’ 의 씬들은 차라리 블랙코미디에 가까웠다.
난 이 정도의 개그코드가 이 영화에 적절했다고 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고 옳지 못하다 할 수 없고, 같다고 해서 옳다고 할 수 없다는걸 이제는 알 것 같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말 한 대로, 선택한 대로의 삶을 이겨내야 한다.
치욕스럽더라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OST 제작으로 화제가 된 듯 하다. 역시 좋았다. 서늘하고 날카롭고 불안하고 쓸쓸했다. 엔딩 크레딧의 음악은 연주자들의 숨소리마저 들렸다. 곡이 다 끝날 때 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요즈음 내가 사로잡힌 생각은 ‘하나님의 시간은 틀림이 없고, 그의 계획은 완벽하다’ 는 것인데, 그래서 나를 비워 그가 나를 움직이시도록 하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아브라함은 100세에 아들을 낳았고, 모세는 광야에서 40년, 다윗은 20년, 하물며 예수님도 30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셨다.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내가 가는 길이 혹 치욕스러운 일이라도 그것이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길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