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나는 길을 잃어도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데 삶 속에선 길을 잃으면 낙담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확실한 길만 찾아가지는 않는다.
불확실함이 많은데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확실한 것만 찾는다.
여행지에선 내가 누구인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삶 속에선 제발 나 좀 알아봐달라고
부질없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여행지에서 나는 나 자신이 이방인임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행여라도 이방인이 될까 두려워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목표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더 알고 더 느끼는데서 단순한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수 많은 것들을 오로지 수단으로 삼는다.
여행지에서 나는 가장 용기 있는 자들과
가장 말이 잘 통하는 자들과 가장 정이 많은 자들과
가장 고통 받는 자들과 친구가 된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가장 득이 되는 자들과 친구가 된다.
여행지에서 나는 차창 밖을 지나가는
여인의 뒷모습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삶 속에선 많은 것에 애써 눈감으려 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외로울 때 해나 달이나
한 점 불빛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외로울까봐 자주 타협을 한다.
여행지에서 나는 쉼 없이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곧잘 지루한 답변만 늘어놓는다.
여행지에서 나는 얼마나 자주 설레고 얼마나 자주 탄성을 지르던가?
그런데 삶 속에서 나는 기쁨에도 슬픔에도
고통에도 얼마나 자주 무감각하던가?
친구가 보내준 글_
삶을 여행처럼, 여행을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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