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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giving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일관적으로 참 어렵고 힘든 한 해 였다. 당연하다 생각하던것들은 당연하지 않았고, 생각지도 못하던 폭탄들은 내 삶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나의 자존감이라고 생각하던것들은 때로 나의 자존심을 무너뜨렸고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 또 다시 깨지며, 스스로 좋은 사람이 아님을 여러번 증명해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것을 고르자면 그런 상황에서 남편과 함께 이 어려운 시간들을 지나며 더욱 돈독해졌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에 더욱 믿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둘이 함께 하는 예배시간도. 나의 삶은 기적적으로 순탄하지 않다. 아마 모두 느끼기에 그들 스스로의 삶이 그러하듯이. 한 발 내딛은 그 곳이 이제 편안해 질 즈음이면- 나는 다른 발을 그 곳에 함께 내려놓..

일기 2020.11.11

난임일기 #4 (1차 종료)

아침에 확인한 임테기에선 분명 흐릿하지만 두 줄이 보였었다. 전날보다 또렷해진 선에 '앗! 이것은 좋은 신호다!' 싶었다. 남편한테 말은 안 했지만, 병원 가는 길도 괜히 신났고, 자신감 있었다. 지원금은 어디까지 쓰면 되는지도 물어보고, 통과하면 약 처방받으러 또 와야 한다길래, '아 그럼 반차 내고 남편 몰래 와서 처방받고 서프라이즈 해줘야지!'까지 생각했는데. 수치가 0.1이랜다. 며칠 전 조카가 '0은 아무것도 없는거야!' 라고 그랬는데, 그래. 아무것도 없는 거야.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1차 시험관이 끝났다. 냉동도 하나 남기지 못한 내 난자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2차는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정말 뭐 하나 내 맘대로 되는게 없다. 내가 잘하거나 못하거나. 아니, 뭘 어떻게 해야 ..

일기 2020.06.02

난임일기 #3

한 달 내내 시험공부 열심히 하고, 실기평가도 보고, 숙제도 내고, 내일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토요일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확실한 마음으로 (?) 임테기에 임했다가 2줄을 발견하고, 반나절도 못가 남편에게 쪼르르 얘기했다가, '병원에서 확인하고..'라는 뜨뜨미지근한 얘기만 들었다. 아닌 후의 나의 실망감을 덜어주려는 배려였겠지만, 한편으론 섭섭했다. 일요일,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해 봤는데, 토요일보다 옅어졌다. 음. 그래도 2줄이 보이긴 하니까. 하고 위안. 월요일, 어제와 또 다른 무엇이 있을까 싶어 또 해봤다가 정말 실망감만 커졌다. 이젠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꾸 생리통 있을 것 처럼 배도 아프고 가슴도 불편하다. 정말 난포 주사의 영향이었을까. 새벽 일찍 일어나 확인해보고 ..

일기 2020.06.01

난임일기 #2

1차 시험관 시술이 모두 끝났다. 과배란 유도하기 위해 주사를 맞고, 좋은 질의 난자를 만들기 위해 약을 잘 챙겨 먹었다. 난소가 하나뿐이고, AMH 수치도 좋지 않아 한두 개 나올까, 싶었는데, 여섯 개나 채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중급 배아 2개뿐. 나머지 4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2일 배양이라는, 네이버에 많이 검색도 되지 않는 과정으로 배아를 이식했다. 그리고 5일째. 그냥 마음 편히 먹고, 너무 조바심 내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게 뭘 어떻게 해야 내려놓아지는지 몰랐는데, 가족들이 모두 '네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야'의 마음으로 날 대해줘서 그런가,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정말 나도 모르게 '툭' 하고 내려져 있었다. 정말 이건 이제 내 영역의 일이 아닌 문제다...

일기 2020.05.26

난임일기 #1

난임이다. 그런게 있는줄은 알았지만, 내가 그럴줄은 몰랐다. 결과를 들으면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내가 그렇다고?' 를 반복해서 생각했다. 문제는 어디였을까.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들추다보니 결국 '나' 만 남고, 그래서 내가 나를 탓해야 하고, 그러다 결국 내가 그에게 미안해진다. 그래도 '니 탓이 아니잖아' 라며 힘주어 말해주는 남편의 말에 위로를 얻었다. 한참을 세상이 뒤집힌 것 처럼, 거울 속 내 얼굴과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오다가- '괜찮아!' 하고 또 쓸데없이 용기를 냈었는데. ...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었는데. 이 기대마저 산산히 부서져버린 아침. 다시 오늘 또 무너진다. 내 세상의 한 부분이 떨어져나간 기분인데, 이렇게 답답하고, 슬프고, 무겁고, 참담한 기분인데, 세상은 역시나, 아무..

일기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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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시 여긴 문제가 생겨야 오는 곳이다. 2.며칠 뒤에 생길 일들에 대해 나는 초조하고 두려워진다. 그러나- 더이상 시간을 끌 일이 아니라는것도 내가 내린 결론이다. 이렇게 나를 불안하게 할 바에야 끝내버리는게 낫다. 이 일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3.열심히 수고하고도 보람이 없다. 나의 보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를 묻자면, 나에게 찾아야 함이 맞지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돈' 에서 나온다면, 내가 한 일의 보람도 그에게- 물어야 하는게 맞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줄곧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수고하고도 수고를 인정받는다고 느끼질 못한다. 4.역시 그게 문제다. 수고하고도 받는 것이 없는 것. 마음을 쓰고도 돌려받지 못하는 것. 주고나서- 주었으니 되었다. 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

일기 2018.08.20

180624.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삶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제 내 인생에서 뭘 기대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요새 ‘어차피 혼자 사는거야’ 라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요.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지금 당장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10년이나 20년 뒤에도 괜찮을까요?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면, 저는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아요. 물론 결혼이나 사랑이 날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거란 기대도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삶 또한 날 더 행복하게 해줄거란 기대도 없거든요. 그래서, 아무것도 기대가 되지 않아요. 그게 날- 그냥 흘러가버리게, 혹은 침잠해버리게 하는거 같아요.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시죠? 그리고, 내가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라시죠? 그 행복의 모양이 제가 생각..

매일조금씩 2018.06.24

180617.

#1.오늘은 사실 주일이었는데. 그래서 기도라도 꼭 하려고 그랬는데.확실히 내가 뭐가 막히긴 막혔나봐요.기도도 잘 안나오고, 자꾸 다른짓만 하게돼요. 어느날인가, 밥 먹는데 오빠가 불쑥 물었어요."만약, 하나님이 단 하나의 소원을 들어준다 하면, 넌 뭐를 빌꺼야?"듣자마자 저는"그럼, 난 지금 이대로 천국에 가게 해달라고 빌꺼야."라고 했고, 옆에 듣던 새언니와 엄마가 깜짝놀랐어요.한편으론 대단한 믿음이라고, 또 한편으로는, 가지 말라고.. 언니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건 어려울거 같다 그랬고,엄마는 내가 엄마보다 먼저가는게 마음에 밟혀서 안된대요. 그러겠죠? 우리는. 아마. 그래서, 다른걸 아무리 생각해봐도-그것보다 나은 나의 선택은,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조금 뒤에 엄마는,그만큼 네가..

매일조금씩 2018.06.17

180610

#1. 매일 조금씩,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종의 나의 기도. 입으로 해야하는 기도가 자꾸 막히는 기분이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어쩌면 대화체로. #2. 잘 아시다시피, 나의 오랜만의 연애가 끝나가고 있어요. 보채지 않고, 사랑해주고, 기다려주고, 놔주면- 언젠간 내 마음을 이해하고, 내가 주려고 했던 그 사랑을 줄거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그런데 솔직히, 이별에 마음이 아픈건 아니예요. 다만, 조금- 다시 혼자 남겨진 내가 너무 무서워요. 저는 정말 혼자가 싫거든요. 그래도, 이젠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들어요. 만약에 혼자인 채로 살아야 할 수 있으니,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어느면에서는, 함께- 라는 말 뒤에 숨어서 누군가의 수고에, 사랑이라..

매일조금씩 2018.06.10

그런모양.

꽤 오랫동안 바빴었다. 블로그를 생각 안했던건 아니지만, 여기에 털어놓을 만큼의 여유도 없었다. 이제야 조금 한가해지니- 여기가 그리워져서, 굳이- 주말에 노트북을 열었다. 퍽 이상한 연애를 하고 있다. 여름 블라우스와 린넨셔츠들을 꺼내놓고 다림질하면서-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봐도, 답이 없다. 그저 모든 연애의 정답은, 내가 못견디겠으면- 떠나는 것. 나는 아직 떠날만큼 독하지도 못하고, 모든걸 견디고 남아있을만큼 쿨하지도 못하다. 지금은 그저- 시간이 '흐르고' 있을 뿐. 다만, 내가 스물넷이라면 어땠을까. 나는 이 연애를 지속했었을까, 하는건 의문이다. 마음에 뒤엉킨 말들을 정리하고 내뱉는게 이렇게 어렵다.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은 하지만, 늘 내 나이가, 내 노후가 나..

일기 2018.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