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사실 주일이었는데.
그래서 기도라도 꼭 하려고 그랬는데.
확실히 내가 뭐가 막히긴 막혔나봐요.
기도도 잘 안나오고, 자꾸 다른짓만 하게돼요.
어느날인가, 밥 먹는데 오빠가 불쑥 물었어요.
"만약, 하나님이 단 하나의 소원을 들어준다 하면, 넌 뭐를 빌꺼야?"
듣자마자 저는
"그럼, 난 지금 이대로 천국에 가게 해달라고 빌꺼야."
라고 했고, 옆에 듣던 새언니와 엄마가 깜짝놀랐어요.
한편으론 대단한 믿음이라고, 또 한편으로는, 가지 말라고..
언니는 아직 어린 아이들이 눈에 밟혀 그건 어려울거 같다 그랬고,
엄마는 내가 엄마보다 먼저가는게 마음에 밟혀서 안된대요.
그러겠죠? 우리는. 아마.
그래서, 다른걸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보다 나은 나의 선택은,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조금 뒤에 엄마는,
그만큼 네가 요즘 힘든거구나, 라고 하셨어요.
사실 당장 천국에 가고 싶을만큼, 사는게 힘이 드는건 아니예요.
다만- 앞으로 살아야 할 삶에
나는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제 앞날이, 오늘과 다를까요?
그래도, 당장 저를 데려가실 것 같진 않으니-
사는 만큼은 열심히 살아봐야죠.
오늘과 내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더라도.
혹시, 내일이 오늘의 삶보다 더 못한것처럼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 속에서 하나님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좀 참아질까요.
#2.
회사에서 큰 행사가 있었어요.
어쩌다보니 저에게 큰 임무가 주어졌고,
평소같았으면 거절했을법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때는 '그러지 뭐' 라고 냉큼 대답했었을까요.
암튼, 저는 한 세미나의 사회자가 되어 무대위에 오르게 되었지요.
손님은 150여명 정도.
저는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 놓여져 본 적이 없어요.
대부분 저는, 무대를 돕는 사람이었거든요.
연습때까지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핀조명이 저에게 떨어지자 마자 손도, 다리도, 막 떨리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태연한 척, 열심히 했는데.
아무도 저에게 잘했다, 좋았다, 고 하는 사람이 없네요.
오히려 초반엔 좀 실수하시던데요. 라던지, 이제 끝났으니 됐죠. 라더라구요.
참 나.
그래도 내 생각엔, 열심히 잘 했다. 고 생각했는데, 아쉽더라구요.
근데, 내가 왜 남의 칭찬에 이렇게 목을 맬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어차피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하다, 는 생각을 했어요.
칭찬하지 않은건, 별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고
스스로 생각하고 잊어버리기로 했어요.
뭐 어쩌겠어요.
이미 끝난것을.
그래도 스스로에게 기특해요.
아무튼 그게 제 한계였다면- 그것까지는 도달한 것 같아서요.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서 투정하고, 불평하는 것 보단
그래도 떨어지더라도 일어서 봤다는건 저에게 중요한 일인거 같아요.
그걸 이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저란 사람의 한계도.
또, 그런 한계에 내가 비록 부끄러움을 당한다 한들,
내 한계를 정면으로 목도했다는 것도.
#3.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는데, 혼자 있겠다며- 굳이 주말을 혼자 보냈어요.
무엇을 해도 좋을, 좋은 날씨였는데-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시간을 보냈어요.
예약해두었던 운동도 감기를 핑계로 취소하고,
늘어지게 티비를 보다, 잠을 자고-
잠을 자다 일어나서 티비를 보고.
빨래도 해서 널어두고,
낮엔 일부러 마트에 나가 맥주와 과자도 사오고,
병원에 계신 할머니한테도 순대 사서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오고,
또 산책도 했지요.
좋았어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신경쓰지 않는 주말이 있다는게 좋더라구요.
또 일주일이 어떻게든 지나가겠죠.
#1-1.
사실,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며 시차를 계산하곤 했지만,
이제 진짜 괜찮아요.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숱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요. 이유를 설명할 이유조차, 이젠 없어요.
내 얘길 듣던 오빠는,
내가 혼자인 이유로, 아직 불분명한 미래가 아득해서-
나약한 생각을 한거다, 라고 얘기했지만,
그건 아닌거 같아요.
난 좀 침잠했을 뿐이예요.
혹시 내가 약하다면, 그럴수는 있겠죠.
또 그런 사람이 나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