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17년 상반기 결산

comodisimo 2017. 7. 2. 21:26
올 해는 그래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 
일단 살을 뺐다. 12킬로 가까이 뺐고, 최근엔 복근을 만드는 중인데 이건 쉽지 않다. 삼십평생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이다. 과연 나타날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자꾸 나는 빵이 먹고싶어 큰일이네.
암튼 내일은 미리 봐둔 스포츠 브라와 레깅스- 를 사러 가겠다. 내 평생 내 몸뚱아리를 누군가에게 보인다니, 참 부끄럽고 이상한 일이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내가 이런걸 해볼까 싶어 나로서는 굉장히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다. 아- 근데 진짜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 그런걸 입고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거. 아니 그것보다, 그렇게 입었는데 정말 복근 안나오면 어떻게하냐ㅋㅋㅋㅋ 아 미치겠다.

2.
살을 빼면서 생긴 최근의 습관은 러닝이다.
NRC라고 나이키에서 만든 러닝 앱이 있는데, 여기서 일요일마다 5킬로를 뛰는 어떤 이벤트(?) 를 하는데, 사실 그걸 한다고 뭘 주는것도 아니지만, 괜히 그걸 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꾸 스스로를 채근하여 뛰게한다.
오늘도 물론 간식을 먹은게 후회되어 비가 오지만 나가서 한시간 뛰(걷)다왔다.
주말마다, 혹은 휴일마다 하는거지만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된다면- 혹시 평일 오전에도 할.. 수 없을거야 아마.

3.
식습관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여러번 썼었지만, 야채위주의 식사를 좋아하게 되었고, 달거나 짜거나 국물이 많은 음식들을 피하게 되었다.
다만 빵과 라떼를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왜 난 널 사랑하는가.

4.
도서관에서 원래 책을 빌려 자주 읽는 편이지만, 올 해는 이상하게 많이 빌린 것 같다. 지금 찾아보니 오늘까지 총 45권. 한 달 평균 7.5권인데, 일주일 평균 1.5권이다. 물론 빌렸던걸 다 읽지는 않았었다.
최근에 일기에도 썼지만, 요새는 주로 소설을 읽는데 이상하게도 국내 작가가 쓴 소설은 잘 읽히는데 반해 외국 작가의 소설은 잘 읽히지가 않는다. 그게 주인공 이름이 낯설어서인지, 아니면 스토리가 영 별로인 책만 골라온건지 - 그렇다고 하기엔 베스트 셀러였다 -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최근 김영하 작가님 책 열심히 읽다가 오늘부터는 '애티커스의 기묘한 실종 사건' 을 읽는데, 이것도 잘 안 읽혀. 하아. 그냥 김영하 작가님 책이나 더 빌려야겠다.

5.
아, 이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요새 엄청 일찍 일어난다.
최근 몇개월 새벽 5시에서 6시만 되면 자꾸 눈이 떠지는데- 일어나서 뭔가를 하는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누워있는 시간에 엄청난 여유로움을 느낀다. 해가 일찍떠서 그런걸까.
암튼 일찍 자고 일찍일어나는 성실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 수 없다.

6.
이직을 하게되었다. 
생각을 했던건 아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여러모로 조건이 좋았다. 가서 해야 할 일이 좀 막막하긴 해도- 또 어떻게 되겠지. 공부도 좀 하고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지금 회사에 통보했고, 원래는 7월 말까지만 출근하려고 했는데, 후임자가 더 빨리 온다고 하면 엄마랑 여행을 좀 다녀와야겠다. 아무것도 안하는 그런 여행. 
그리고 더불어- 어제 비행기 티켓도 끊어놨다. 비키니도 살 것이다. 

7.
누군가를 만나지는 않았다. 워낙 바쁘기도 했지만, 역시 서른이 넘으면 연애는 재능이라고 했던가. 스스로 재능없음을 인정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심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오히려 좀 외로웠다면 달랐을까. 누군가의 결혼이 멋있어 보였다면 노력했었을까. 그렇게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건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나는 둘이라고 해서 하나보다 더 행복할거라는 확신이 한결같이 없다.
다들, 그래서, 둘이라서, 행복하니? 믿지 않아.

8.
뭔가에 집착하는 습관은 생겼다.
우디 인형을 많이 모았다. 작고 큰 우디 인형이 10개나 생겼다. 심지어 미국에서 직구한 우디 인형도 생겼다.
우디 전에는 '좋은 향기' 에 집착하기도 했고, 트와이닝의 '차' 에 집착하기도 했고, 또 아이돌에게 집착하기도 했다.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운동화도 틈틈히 사뒀다.

9.
없어진 습관도 있다.
무한도전을 더이상 보지 않는다.
이유는 모르겠다. 재미가 없어지거나 싫어진건 아닌데, 이상하게 티비를 잘 안보게 된다. 만약 없어져서 섭섭한 습관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바로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무도 때문에 토요일 저녁에 약속 잘 안잡았었는데. 이젠 약속이 없어도 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도 많이 보지 않는다. 아니 거의 보지 않는다. 극장에 두세시간씩 잡혀있는게 답답해졌다. 그렇게 오래 앉는건 회사 의자로 족하다.

10.
마지막으로- 누군가는 나에게 '좀 웃는 인상이면 더 좋겠다' 고 했고, 또 누군가는 나에게 '너무 자주 웃는다' 고 했다.
그것도 나고, 이것도 나다. 잘 웃지 않는 나를 보는 그 사람 앞에서 억지로 웃으면 낯설다 할테고, 너무 자주 웃는다는 그 사람 앞에서 웃지 않으면 화났느냐 물을지도 모른다. 
많은걸 내 맘대로 하고 살 수 없다. 그저 웃고싶을 때 웃고, 웃기 싫을때 웃지않는. 그 정도만 내 맘대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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