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난임일기 #2

comodisimo 2020. 5. 26. 14:10

1차 시험관 시술이 모두 끝났다.

과배란 유도하기 위해 주사를 맞고, 좋은 질의 난자를 만들기 위해 약을 잘 챙겨 먹었다.

난소가 하나뿐이고, AMH 수치도 좋지 않아 한두 개 나올까, 싶었는데, 여섯 개나 채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중급 배아 2개뿐. 나머지 4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2일 배양이라는, 네이버에 많이 검색도 되지 않는 과정으로 배아를 이식했다. 그리고 5일째.

그냥 마음 편히 먹고, 너무 조바심 내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게 뭘 어떻게 해야 내려놓아지는지 몰랐는데, 가족들이 모두 '네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야'의 마음으로 날 대해줘서 그런가,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정말 나도 모르게 '툭' 하고 내려져 있었다.

정말 이건 이제 내 영역의 일이 아닌 문제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내가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주사 잘 맞고 약 잘 먹고 잘 쉬고 잘 먹고 잘 자고. 기다리는 것뿐.

생명이 정말 이렇게 소중하며, 인간의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나 또한 그렇게 소중한 존재이다.
언젠가, 태어날 그 생명을 보며 정말 이 생명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주어졌는지를, 더욱 귀하게 여기라는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달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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