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국 출장-

comodisimo 2013. 10. 12. 22:31


요샌 무슨 공부를 얼만큼이나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중국어가 입에 붙을만하면 한국 돌아오고-

까먹을만하면 다시 중국에 가고.

영어로 메일까지 써야하는 요즘은 아주 죽을맛.


그래도 뭔가 집중해서 한다는건 의미가 있다.



2년전,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이랑 홍콩에서 만났을 때-

엄마가 쓰고 남으신 홍콩달러 조금이랑

오빠한테서 바꾼 중국돈 조금이랑

지갑에 들어있던 달러 조금이랑

간식이나 사먹어야지 하고 챙겼는데 거의 안씀.


중국에서 서바이벌(?) 을 하다 돌아와서 그런가

어지간한건 안사고 안쓰고 그렇게 된다 점점.

이젠 중국에서 딱히 먹고싶은것도 없고 갖고 싶은것도 없고 뭐-



또 8시 40분 비행기라 새벽같이 일어나서 준비했다.

지난번 8시 40분 비행기에 7시까지 공항 도착했다가

수속 밟고 나가는데 엄청 애먹어서 오늘은 6시 집합.


엄마가 공항까지 데려다 주셨다.

지난번보다 해가 훨씬 늦게 뜨- 는게 아니라 일찍 출발하기도 했구나.

암튼. 느낌이 지난번이랑은 너무 다르네.


언젠가 한번 쓴 적이 있지만 공항가는 기분이 썩 좋지가 않다.

좀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난 출장을 간다거나 긴 여행을 간다거나 할 땐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름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래서 그런가 난 늘 공항이 그렇게 쓸쓸하고 외롭다.

떠나는 설레임같은걸 느껴본 적이 없다.


이번엔 더 쓸쓸하고 외로워서 그냥 자버렸다.



짐 붙이려고 줄 서는데 해가 뜨기 시작했다.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이 참 예뻤다.


지난번, 친구에게 외국에서 아침시간에 한국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서 들어오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다.

무엇보다 그 나라를 기억나게 하는건

공항을 나서면서 처음 보게 되는 그런 모습들이니까.


나도 언젠가 다른 나라에 이렇게 이른 아침에 도착할 수 있다면

그 나라의 아침 해가 떠오르는 이런 모습들을 보고 싶다.



출발하는 날. 태풍이 온다고 했더래서 그런가 날씨가 많이 흐렸다.

아빠가 카톡으로 비 안오냐고 몇 번 물어보셨는데-

한국에 비 많이 왔었나요?

난 좀 덥고 답답하고 냄새나서 죽을뻔.


아시아나 마일리지 쌓이는 소리가 착착-



첫째날 일정 끝나고 저녁먹으러 온 식당.

1층 로비에 있던 음식 재료.

흐엉 미안해, 내가 널 왜 먹어야 하니.


물론 먹지 않았습니다.

광동지방은 요리가 뭐 다채롭다 어쩐다 하더니

매번 먹는게 같은 맛이었다는게 더 놀라운 사실.

역시 음식은 사천지방이 제일 맛있습니다.

맵고 얼얼하고 자극적인 그 맛.

MSG같은 그런 맛.



1년짜리 복수비자를 받아놓는 바람에 홍콩도 다녀왔다.

이거때문에 내가 얼마나 골치를 썩고 욕을 먹었는지. 아오.


광저우동역에서 홍콩 구룡까지 가는 기차표는 151원.

갈때 왕복표를 사서 이동했는데 다음날 기차역에 가보니

뭐 생각보다 널널하게 표를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간 시점이 평일이고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아 그리고, 홍콩에서 베이징, 상하이까지 가는 기차가 있다.

이거 가격은 알아보지 않았는데 (안갈꺼니까)

암튼 이렇게 운행하는 기차가 있다고 하니 좀 놀랍기도 하고 그랬음.

나같으면 비행기 탄다고 할꺼야 아마.


흥험역에 도착했는데 며칠전에 다시 봤던 첨밀밀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장만옥이랑 여명이 기차에서 내려 각자의 길로 흩어지는 장면.

잠시 장만옥 빙의했었음.



호텔스닷컴에서 호텔 예약했는데 

규정이 어쩌고 해서 환불이 안된다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들어가게 된 홍콩이라 사실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다음부터 내가 호텔 예약하나봐라. 흥.

아무튼, 호텔은 침사추이에 있던 구룡호텔. 카오룽호텔이라고도 하고-

여기저기 홍콩 관광할게 아니라서 가장 번화한곳에 잡아뒀다.

중국 호텔에 있다가 홍콩 호텔로 오니까 느낌이 사뭇다르더라. 진짜.



중국 요리는 싫으시다는 대표님 때문에

크리스탈 제이드에서 저녁식사하려던 꿈이 산산조각나고

점점 배도 고파지고 발도 아프고 해서 

푸드코트에서 대강 저녁을 때웠다는 슬픈 이야기.

아니 왜 중국음식을 싫어해서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십니까.

아오!!!!!!!!!!!!!


아무튼 저녁식사는 그렇게 되었지만-

홍콩 야경 보면서 대표님께 이런 저런 조언을 들은건 참 좋았다.

나도 일에 대해 더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날 얼마나 아끼시고 계시는지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힘들어할까봐 더 호되게 야단치셔서 

일에 집중하게 하셨다는 말씀이 참 감사했다.

덕분에 너- 무 일에 집중했더니 머리가 다 아파요.ㅋㅋㅋㅋㅋㅋ



피곤하시다는 대표님을 호텔로 배웅해드리고 본격적으로 홍콩여행 시작.

카드랑 핸드폰만 달랑들고 홍콩거리를 걷기 시작했는데

이건 뭐, 나도 너무 피곤해져서 '에이 뭘 봐-' 식으로 끝나버렸다는 이야기.


아니 그렇지 않아도 쇼핑을 좀 해볼까 했는데

이건 한국에서 사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은데, 싶은게 너무 많아서

굳이 쇼핑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나 할까.


아니, 나 요새 왜 이렇게 쇼핑이 재미 없나요-


암튼 맥주랑 과자랑 아침에 먹을 빵이랑 요플레 사서 호텔로 들어와

욕조에 물 받아놓고 입욕제 넣고 영화보면서 맥주 마시고

그러다 그냥 잠들어버렸다.



일정이 하도 복잡하고 힘들었던 이번 출장에

마지막날 저녁 먹었던 망고랑 이 꾸이린까오가 큰 위로가 되었다는

슬프고도 눈물나는 이야기.

다음엔 연유를 따로 사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음.

어차피 혼자 와야 한댔으니, 이걸로 세끼를 먹어볼까 뭐-



마지막날 공항.

이번 안드로이드 새 버전이 킷캣이라던데

저 킷캣 과자를 120RMB를 사면 저 인형을 준다고 했다.


아니 내가 뭔 킷캣을 2만원어치를 사야하나, 싶어 포기.



내내 들고다니며 그 친구가 생각날때마다 끄적이던 노트.

한국에선 버리기 어려울 것 같아 들고 갔다가 호텔에 두고 나왔다.


한번도 울지 않았었는데

집에 도착하고 샤워를 하면서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오랜만에 펑펑 울고 났더니 조금 개운해졌나 싶었는데

다음날 눈이 퉁퉁 부어 조금 힘들었다.


광저우(广州) - 홍콩(香港) - 심천(深圳) - 포샨(佛山) 까지 다녀온 이번 출장에

온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하게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뭔가 시원- 한 마음이 생긴걸로 봐서는

큰 산을 넘은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냉정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도 됐다.


그런데 나 아마 이 달 안에 또 가야 한다며?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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