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50707_늦게쓰는 제주여행

comodisimo 2015. 7. 7. 16:05




올 봄, 생일에 맞춰 다녀온 제주도 사진을 이제야 현상했다. 오랜만에 또 바다를 보니 마음이 괜히 이상하다. 인스타 팔로워 중에 제주도에서 한달동안 살다 오신 분의 사진들이 종종 업로드 되는데, 그게 요샌 새삼 부럽고 그렇다. 나 혼자 내려가 살라고 한다면 절대 못갈것 같은데, 만약 누가 같이 가준다면 그건 괜찮을 것 같다. 제주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경주도 좋은데. 물을 무서워하고 바다도 무섭고 해서 어지간하면 물엔 잘 안들어가지만 언젠간 여름에 제주에 내려가 바다에 들어가보고 싶다.




제주도에서 한라산이 보이는게 당연하지만서도- 그게 보이면 괜히 신나고 신기하고 그랬었다.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도 했지만 어딜가도 보이는걸 보면 높긴 높은걸텐데. 여기도 참 좋았었다. 도착하자마자 간 곳이었는데 해설하시는 분의 설명도 재미있었고, 앞엔 성산일출봉이, 뒤로는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이 참 좋았다. 산굼부리였나.



친구가 말을 타자고 했다. 엄마랑 여행하면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시간을 보내다 오는편이라 말을 탄다거나 뭐 그런건 생각도 안해봤었는데. 아무튼 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말이 숨 쉴 때마다 몸으로 그게 느껴져서 신기하고 이상했다. 



유채꽃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 그걸 분명 기억하고 있었는데 또 까먹고 좋아했다가 냄새 테러에 정신이 번뜩였다. 그래도 봄에 제주도- 하면 역시 유채꽃이다. 저걸 꽃까지 샤브샤브 해먹었다고 얘기하면 아무도 믿질 않는다. 광서성(广西省)에선 분명 그렇게 먹었었다. 그곳도 그렇게 유채가 한가득 피었었더랬다. 자꾸 광서성이 생각나는걸 보면 그 여행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쇠소깍에 투명카약을 타는 코스가 있다고 해서 아침일찍 찾아갔다. 아침 9시즈음 도착했던 것 같은데 대기표를 받았다. 쇠소깍을 한참이나 구경하고 구경하고 또 구경하다 탔다. 생각보다 어려웠고 (물론 난 노를 젓지 않았지만) 한바퀴가 짧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물을 무서워 하는 나는 한바퀴도 꽤 길게 느껴졌다. 근처에 천혜향이랑 뭐 갈아서 만든걸 팔던데 그게 참 맛있었다. 정말 과육이 씹히는 느낌이기도 했고. 돌 모양에 뭐가 있다고 설명했는데 역시 그런거 보는 눈은 없다. 



날씨가 계속 흐렸더래서 그냥 온천이나 하러 가려다 비가 와도 걷자며 들린 산방산 근처. 작년엔 내내 비가 와서 이렇게 멋있는 곳인줄 몰랐었다. 이번에도 바이킹은 타지 않았지만 산방산은 쭉 좋은 기분이다.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찍힌(?) 사진. 이땐 서울엔 아직 꽃이 피기 전이라 엄청 설레였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쓸쓸해보이고 그렇구나.



FM2의 아웃포커싱. 어질어질할 정도로 날아갔네.



저녁에 비가 와서 미끌미끌한 길에 초보운전이나 다름없는 내가 엉금엉금 기어가 들른 숙소. 예약이 우리밖에 없었고, 심지어 주인도 없어서 풀 빌라를 전부 전세 낸 것 처럼 있었다. 아침엔 맑게 개어서 참 좋았다. 서귀포 이마트 근처였는데- 저녁엔 영화도 보자 해놓고 삼겹살에 맥주 마시고 뻗음.



사랑하는 친구님. 10년쯤 뒤에도 같이 가자.




할머니가 통화하시던걸 쫓아가 몇방을 내리 찍었다. 할머니가 많이 야위시고 늙으셨다. 사진들을 사촌언니오빠들한테 보냈다. 할머니께 연락 좀 가끔 드리라고. 그래도 우린 꽤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 받은 손주들이니. 사촌언니가 드디어 임신을 해서 벌써 4개월째라며 배가 슬쩍 불러 놀러왔다. 1월즈음인가 출산이라고 그랬더니 할머니가 아무 말 없이 용돈을 쥐어주셨다. 코 끝이 찡해지던걸 참았다. 




엄마의 꽃들. 벌레가 생기고 물 주기가 귀찮다며 나는 없애버리자고 그러지만 엄마는 어버이날 사다드린 카네이션 화분까지 옮겨 심고 키우신다. 그리고 가끔 말을 거신다. "어머. 너네 참 예쁘게 컸다 야." 막 이러시면서.



이병률씨의 책을 읽다 마음이 턱 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공유합니다.


동백이 피었는데요

봄이 가네요


내 마음이 피었는데

조금만 머물다 봄이 가려고 하네요


나에게도 글씨가 찾아와서

이제는 편지를 쓸 수 있게 됐는데


봄이 왔는데요

당신이 가네요


요샌 내 눈도 여려져서 자꾸 눈물이 나온다. 

어떻게 해석하든 참 멋진 시다.

엄마한테 읽어드리니 엄마도 코 끝을 찡긋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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