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많은 음악들을 들었던 것 같았지만
그 중 순간순간 기억에 남는 음악이라 하면
몇가지 음악들이 분명히 남아있다.
일년을 어떤 음악들을 왜 그토록 들었는지 포스팅 시작!
1. 루시드 폴 - 여름의 꽃
분주했던 마을 불빛도 보이지 않고
쓸려가듯 사라져버렸던 하루가 지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곳엔
여전히 비릿한 내음 바람이 불어와
밤새워 나를 어루만지던 거친 바람들
하얗게 나를 빚어주었던 뜨겁던 햇살
이제 모두가 나를 위해 사라져준 늦은 이 밤
마지막 잠을 청한 채 단 꿈을 꾸려 해
참 고마웠던 시간이었어
외롭고 고단했던 그 여름
다시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까
수평선의 노래 출렁이는 소리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아름다운 날들
언제 우리 만나게 될는지 알 수는 없지만
별빛 사라진 하늘에 난 말하고 싶었지
안녕, 안녕 참 고마웠다고 사랑했다고
이 노래는 중국에서 외로워 미치려고 하던 때 - 부터
돌아오는 날 - 여름 - 까지 계속계속 들었던 노래.
'너무 외롭다,' 라는 말이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올만큼
그랬던 중국 생활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천천히 여유롭게 살았던 적이 없었고,
앞으로는 이런 여유로운 시간들이 또 있을까, 싶어서
빨리 도망치고 싶으면서도 너무 그리웠던 시간들.
가사가 콕콕- 마음에 박히던 곡이었다.
2. 윤종신 - 도착 (with 박정현)
(기어코) 떠나가는 내 모습
저 멀리서 바라보는 너 안녕
(나 이제) 깊은 잠을 자려해
구름 속에 날 가둔 채 낯선 하늘에 닿을 때까지
낮 밤 눈동자색 첫인사까지 모두 바뀌면
추억 미련 그리움은 흔한 이방인의 고향 얘기
잘 도착했어 제일 좋은 건 아무도 나를 반기지 않아 차창 밖 흩어지는 낯선 가로수 한번도 기댄 적 없는
잘 살 것 같아 제일 좋은 건 아무도 날 위로하지 않아
눌러 싼 가방 속 그 짐 어디에도 넌 아마 없을 걸
어쩌다 정말 가끔 어쩌다 니가 떠오르는 밤이 오면
잔을 든 이방인은 날개가 되어 어디든 가겠지
저 멀리 저 멀리
같은 맥락으로 많이 들었던 노래-
워낙 비가 많이 오고 우중충한 도시라
이런 우울한 음악들이 참 잘 어울렸었고
기분도 매일 이런식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도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꾹꾹 참고 살았던걸
위로가 필요 없을만큼 멘탈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돌아와보니 똑같아. 나는-
조금만 뻥- 정신 나가면 공감해주길 바라고 위로해주길 바라고.
암튼 빨리 한국 오길 잘했어.
3. 윤종신 - 말꼬리 (with 정준일)
비는 오고 너는 가려 하고 내 마음 눅눅하게 잠기고
낡은 흑백영화 한 장면처럼 내 말은 자꾸 끊기고
사랑한 만큼 힘들었다고 사랑하기에 날 보낸다고
말도 안 되는 그 이별 핑계에 나의 대답을 원하니
너만큼 사랑하지 않았었나봐
나는 좀 덜 사랑해서 널 못 보내 가슴이 너무 좁아
떠나간 너의 행복 빌어줄
그런 드라마 같은 그런 속 깊은 사랑 내겐 없으니
사랑하면 내게 머물러줘 사랑하면 이별은 없는거야
너만큼 사랑하지 않았었나봐
나는 좀 덜 사랑해서 널 못 보내 가슴이 너무 좁아
떠나간 너의 행복 빌어줄
그런 드라마 같은 그런 속 깊은 사랑 내겐 없으니
우리의 사랑 바닥 보일 때까지
우리의 사랑 메말라 갈라질 때까지 다 쓰고 가
남은 사랑처럼 쓸모 없는 건 만들지 마요
손톱만큼의 작은 사랑도 내게 다 주고 가요
그러니까 이별은 없는거야
월간 윤종신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2012년 가장 기억 남는건 '도착' 이었다면
2011년 가장 기억 남는건 '말꼬리' 였다.
정말 쿨하지 못해 미안할만큼 매달리는 노래-
내가 진짜 쿨하지 못해 미안한 여자 1호인데.
4. 정준일 - 안아줘
서러운 맘을 못 이겨 잠 못 들던 어둔 밤을 또 견디고
내 절망관 상관없이 무심하게도 아침은 날 깨우네
상처는 생각보다 쓰리고 아픔은 생각보다 깊어가
널 원망하던 수많은 밤이 내겐 지옥같아
내 곁에 있어줘 내게 머물러줘 네 손을 잡은 날 놓치지 말아줘
이렇게 니가 한걸음 멀어지면 내가 한걸음 더 가면 되잖아
하루에도 수천번씩 니 모습을 되뇌이고 생각했어
내게 했던 모진 말들 그 싸늘한 눈빛 차가운 표정들.
넌 참 예쁜 사람 이었잖아 넌 참 예쁜 사람 이었잖아
제발 내게 이러지 말아줘 넌 날 잘 알잖아
내 곁에 있어줘 내게 머물러줘 네 손을 잡은 날 놓치지 말아줘
이렇게 니가 한걸음 멀어지면 내가 한걸음 더 가면 되잖아
내겐 내가 없어 난 자신이 없어 니가 없는 하루 견딜 수가 없어
이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니가 없는 난..
그냥 날 안아줘 나를 좀 안아줘 아무 말 말고서 내게 달려와줘
외롭고 불안하기만 한 맘으로 이렇게 널 기다리고 있잖아
난 너를 사랑해 난 너를 사랑해 긴 침묵 속에서 소리 내 외칠게
어리석고 나약하기만 한 내 마음을..
정준일 이 앨범 정말 많이 들었는데- Lo9ve3r4s
정준일씨 콘서트 너무 가고 싶었는데
내가 콘서트를 가기도 전에 군대를 가시...
근데 이렇게 포스팅 하다보니, 나 너무 다크했었구나.
노래가 다 왜이렇게 어둡지?
5. 에피톤프로젝트 - 선인장
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 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진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출 때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 있을게
선인장에 대한 추억들이 꽤 되는데
- 그래서 아이디에도 선인장이 들어간다.
그래서 나한테 하는것처럼 그렇게 이 노래를 들었고
그래서 위로가 되기도 했던 것 같다.
선인장을 하나 키웠었는데 - 미니화분에 있던 선인장-
방에 볕이 들지 않아 아침이면 그걸 들고
거실로, 주방으로, 화장실로-
들고 다니면서 키워보겠다고 그랬었다.
결국 햇볕이 너무 잘 드는 곳에 두고 여행 가는 바람에
바싹하게 말라죽었지만.
차가워보인다거나 무서워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편이라
저 가사에 나름 많은 의미를 두고 들었던 것 같다.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지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테니까-
정말 좀 우울하게 살았구나 싶다.
그래서 내가 요즘엔 페퍼톤스랑 프라이머리만 듣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