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61005.

comodisimo 2016. 10. 5. 09:46

엄마랑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꼬마애가 자꾸만 불규칙하게 '왁!!' 하고 딸꾹질 같은 비명을 질렀다. 세번까지는 장난을 치는줄 알았는데 계속 그러기도 하고 아이의 엄마도 주의를 주지 않길래 아이와 눈을 맞추려 쳐다봤는데 아이의 눈빛이 '나도 이렇게 하고싶지 않아..' 하는 슬픈 눈빛이었다. 아마도 아이한테 어떤 장애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멈추지 않아 아이도 당황했던 모양.

미안했다. 그리고 순간 그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는 나를 반성했고, 그 아이가 사는일이 힘들것이다, 라고 단정지었던 나도 미안했다. 짧게 살았지만- 그래도 사는일이 평등하다고 느끼지 않았더래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먼 훗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땐 그런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인스타그램도, 트위터도, 핀터레스트도 유투브도 모두 내가 보고싶은것만 선택할 수 있다. 이건 좋은 점이다. 굳이 궁금하지 않은 내용들은 걸러낼 수 있고 보고싶은 내용들을 집중해서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되다보니 전반적인 흐름을 놓치고 살 때가 많다. 내가 사는 세상 안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이슈가 실제 삶에선 큰 문제가 되기도 하고 나는 엄청 집중하는 일엔 사실 사람들은 별로 그렇게까지 관심 없는 문제이기도 하니 말이다. 보고싶은 것만 보다보면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진다. 그래서 그런가 내 시야가 무척이나 좁아진 느낌이다.


쌍둥이 조카들 중 아들내미가 좀 예민한 성격이라 자주 울고 보채서 언니가 둘 다 보기가 너무 버거워 하는 수 없이 집에 아들을 보내서 엄마가 돌보게 되었다. 휴일에 엄마를 도와 조카를 보는데- 내가 이 아이를 정말 사랑하니까 너무 힘든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까 만약에 내가 이 아이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단순히 '일' 로서 아이를 보면 그만이다. 아프면 아프지 않게, 배고프면 배고프지 않게, 싸면 치우고 칭얼대면 안아주고.

그런데 내가 이 아이를 너무 사랑하니까 아프면 왜 아픈지 마음이 아프고 배가 고파서 울면 아직 밥 먹을때가 아닌데 울면 어떻게 하나 신경이 쓰이고 딸꾹질을 오래하고 있어 괴로워하면 내가 대신 해주고 싶은 것이다. 몸이 힘들면 하룻밤 푹 자면 그만인것을 감정을 쓰다보니 회복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아이가 내 품에 안겨서 씨익- 웃어주면 (실제로 웃는건 아니고 배냇짓이라고 하더라) 그걸로 조금 마음이 위로가 되니 이것도 참 애매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당연히 그렇게 감정을 노동하는것인데, 나는 그걸 받지 않아도 되는 스트레스- 라고 규정하고 있는것이다. 평소 나의 감정상태가 1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 감정은 100 정도로 올라가니 당연히 생길수밖에.


THE K2 라고, 요새 보는 드라마에 자주 깔리는 배경음악인데 자꾸 듣고 싶어지다못해 연주해보고 싶은 얼토당토 않은 마음이 생긴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No.23 in F minor, Op 57. 



언젠가 이 곡을 누군가 연주한다고 하면 가서 직접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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