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1122.

comodisimo 2017. 11. 22. 23:44

분명 해가 뜨고 있다 생각했는데, 지고 있는건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갈피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갈 지로 걷는 느낌.

무언가를 잡으려면 내 손에 잡고 있는걸 내려놔야 한다고 했던가. 만약 내 손에 아무것도 잡고 있지 않으면? 그래도 안잡힌다면? 그건 내 잘못인가요?

대나무가 그렇게 길- 게 자랄 수 있는 원인은 ‘마디’ 라고 했다. 텅텅 빈 대나무에게도 ‘마디’ 가 있어 그렇게 유연하면서도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다고. 나에게도 그런 인생의 ‘마디’ 들이 있다. 그게 좀 자주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난 대나무가 아닌가.

중요한 인생의 숙제들을 해놓지 않은 이유로- 나는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일 것인가. 그것도 막연하고, 만약 그렇지 않은 내 삶도 막연하다.
그러나 꼭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다. 손을 잡아주고, 등을 쓸어내려주고, 얼굴을 마주하고 웃어줄 누군가와 함께이고 싶다.

눈에 모래가 굴러다니는 것 처럼 거칠거칠해서 뜰 수 없이 괴롭다. 앞이 뿌옇다. 진짜 그런건지 그런 느낌인건지. 알게 뭐람.



+) 추가.

해가 뜨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 사진으로 봐선 알 수가 없다. 해가 뜨는지 지는지 알려면 그곳이 어디인지를 봐야 한다. 그러니까, 똑같이 붉은 해가 수평선에 걸려 있다 하더라도, 동해의 사진이라면 해가 뜨는걸테고, 서해의 사진이라면 해가 지는걸테니 말이다. 

내 삶의 해가 뜨고 지는것도, 막연하게 궁금해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곳이 어디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내가 있는 곳이 해가 뜨는 지점인지, 해가 지는 지점인지.

해가 지는 곳에서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고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 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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