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승환] - 꽃

comodisimo 2015. 5. 21. 10:39


출근길에 이 곡을 듣다가 괜히 울컥했다. 혹시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었나 싶어 '꽃' 으로 검색을 하다 지나간 일기들을 여러개 읽었는데, 대부분 이별에 대한 일기내용이었다. 물론 루시드폴의 '여름의 꽃' 이란 곡 때문이었지만. 꽃 처럼 아름다운것이 나에겐 '이별' 과 닿아있다니 조금 서글프다. 하긴 이 노래의 가사 중에도 '우리 살아가는 동안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란 가사도 있으니.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꽃은 작년에도 피었고 올해도 피고 내년에도 피겠지만 그게 다 같은 나무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같은 꽃은 아니다. 변하지 않는건 나무- 지 나무에 피는 꽃이 아니니까. 그 자리에 비슷한 같은것이 자라나는거지 같은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별과 닿아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구나.


어렸을 땐, 누군가와 헤어진다는게 슬픈 느낌은 아니었다. 다시 만나겠거니. 인터넷이 발전했으니 어떻게든 연락이 닿으려니, 했던 것 같다. 워낙 사람을 살뜰히 챙길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이젠 조금씩 '이제 헤어지면 두번다시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겠구나' 라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중국에서 여행할 때 만났던 어떤 중국인 언니는 암을 앓고 있었다. 사실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니고 처음 보다시피 한 사이니 헤어진다는게 큰 의미가 없는 사이었을텐데,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다음날 버스 뒷자석에 앉아 창 밖으로 언니와 손을 잡고 인사하는데 그렇게 눈물이 났다. 언니의 상황이 딱하다는 마음보다는, 정말 우리가 두번다시 볼 수 없는- 아주 먼 사이구나, 라는걸 느꼈던 것 같다. '다시 만나자' 는 말이 거짓말인걸 잘 알아서 그런 얘기를 차마 못하는 내 마음이 슬펐던 것 같다. 


사랑했던 사람과 다시 만날거라는 노래도 많이 있다. 다시 만나서 예전같이 사랑하자고. 나야말로 보기보다 멍청할만큼 순진해서 오히려 상처주는 사람이지만 그런 예쁜 말들은 믿지 않는다. 같은 나라에, 같은 도시에 살아가고 있다 하더라도 우연히 만나기란 쉬운일이 아니고 아무리 그 때의 내가 널 사랑했다 하더라도 그 순간이 '지금' 은 아니니까 만나도 반갑지 않을수도 있으니. 정말 죽어서도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 아닌가. 이젠 정말.


설레이면서도 슬픈곡이다. 그럴 것 같으면서도 그럴 수 없는. 아침부터 이런저런 생각에 자꾸 코 끝이 찡해진다. 청승맞게 자꾸 보고싶은 사람 얼굴만 눈 앞에 아른거린다.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우 - 부르면 눈물 먼저 나는 이름  (0) 2015.06.08
식스틴 - 모모  (0) 2015.06.03
옥상달빛 -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0) 2015.05.09
150506. 노래 두개_  (0) 2015.05.06
BIGBANG IS BACK  (0) 201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