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치 잘못을 말하기라도 하듯,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
최근 내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웃음으로 해버렸다.
친구는 너무 모든걸 이해하려고, 웃으려고 애쓰지 말고
차라리 좀 울고 화를 내보는건 어떻겠느냐 했지만,
말 끝엔 나였어도 너처럼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거라며
날 이해해주었다.
와인 한병을 탈탈 비워내-
오랜만에 취기가 올라 살짝 열이 올랐는데
바람이 제법 쌀쌀한게 오히려 시원해서 좋았다.
사람을 깊게 알고 지낸다는건 참 중요한 일이다.
마음을 모두 기댈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라면 내 마음을 모두 주고도 남을만큼-
그렇게 더 오래오래, 깊이 사랑해야겠다.
2.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에 어색하지 않은편인데
유독 그건 좀 어렵지 않나, 싶은걸 하나 꼽으라면-
구내식당 같은곳에서 혼자 밥 먹는거랑,
그것보다 더 어려운것은 단독 콘서트에 가는 것.
- 하지만 페스티벌은 갈 수 있음.
정준일 콘서트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마구마구 흘러갈줄이야.
3.
화양연화- 가 보고 싶다.
스물셋즈음에 학교 도서관에 있는 왕가위 영화들을
마치 숙제를 하는 것 처럼 매일 하나씩 봤었는데
그때 봤던 수 많은 영화 중 기억에 남는건
중경삼림과 화양연화, 그리고 해피투게더-
재개봉이 참 반가운 그런 영화들이 참 많은데
어쩜 나는 이렇게 한없이 게을러져서 극장 문턱을 못넘는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좀 더 부지런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4.
내 마음 깊숙이 나도 어쩔 수 없는 무거운 것들이 있다.
그 무거운 것들이 한참이나 나를 짓누를 때,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상처만 나고 자연스러워지지 못한다.
가끔 티비를 보면서 소리내서 웃다가,
지금 내 웃음 소리가 자연스러웠을까, 를 고민하는 것 처럼.
여유가 좀 생기면 반드시 떠나야 한다.
매일매일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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