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50212. 사랑하는 내 아들_

comodisimo 2015. 2. 13. 00:19

컴패션에서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소식지가 와서 저녁을 먹으며 읽고 있었는데, 컴패션의 후원아동 선발기준이라던가 그런 내용들이 실려있었다. 아마 새로운 후원자를 위한 글들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지만 나도 후원하면서도 이런거저런거 따져보질 않아서 (사실 따져볼게 뭐가 있겠느냐마는) 잘 몰랐던 내용들이었다.


글의 내용대로라면- (당연하지만) 선발하는 아동들은 정말 가난하고 어린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교육을 받기 어려운 아이들을 선발하기도 한다고 했다.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는건 아니지만 후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중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매춘에 이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또 예방접종을 제대로 못해 우리가 당연히 걸리지 않는 질병에도 쉽게 노출된다고 했다. 


소식지에 따르면 보내오는 사진은 아이가 가진 옷 중 가장 멋진 옷을 골라입어 몇 장을 찍은 뒤, 아이의 부모가 사진을 선택하여 후원자에게 보내도록 되어있다고 했다. 이 글에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자식의 모습을 그 아이를 남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졌다. 물론 고마움이나 그런것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우리 아이가 그렇게 예뻐보였던거구나.


후원 아동의 사진을 두번 받아봤는데, 다 너무 귀엽고 웃는 얼굴이 너무 따뜻해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거나 불쌍한 마음은 아니었다. 오히려 개구장이구나, 잘생겼다, 한번 만나보고싶다- 의 생각과 그저 아이가 잘 클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책임을 다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컸었다.  

아이를 후원하면서 한번도 우리 아이가 그런 환경에 있을거라고 사실 상상을 못했던 것 같다. 아이가 편지에 내가 도움을 주는게 부모님께 큰 도움이 되어 고맙다- 고 썼을때도 그저 인삿말로 썼을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아침에 가족들이랑 밥 먹다가 이 얘기를 했는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밥 먹다말고 엉엉 우니깐 엄마랑 아빠가 더 놀라셨다. 아이의 부모님도 우리 부모님과 다르지 않으실것이다. 아이가 항상 밝게 웃길. 맛있는 음식을 기분좋게 먹기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를. 환경에 가로막혀 낙담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실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국내후원도 해보고 싶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라고 톨스토이가 묻고 대답해주었다. 사랑이라고. 생각해보면 내가 후원을 한다고 크게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는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그 아이를 생각하며 삶에 대한 애착을 더 가지게 되기도 하니 나에게 더 고마운게 아닌가 싶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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