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50810.

comodisimo 2015. 8. 10. 13:36



인사이드 아웃 (2015)

Inside Out 
8.4
감독
피트 닥터
출연
에이미 포엘러, 필리스 스미스, 리처드 카인드, 빌 하더, 루이스 블랙
정보
애니메이션 | 미국 | 102 분 | 2015-07-09
글쓴이 평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왜 JOY의 머리가 푸른빛인지, 사람마다 왜 주도하는 감정이 다른것인지, 한가지 감정으로만 도배되는게 과연 올바른것인지. 

가끔 우리나라가 행복에 너무 집착한다는 내용에 기사를 본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입고 사는걸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근데 정말 그 안에 행복이 있는건가. 하는. 그래서 가끔 슬프고 좌절하고 우울하고 넘어지면 큰 실수를 하거나 낙오가 된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연히 슬플 수 있고, 그 모든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때 그제야 비로소 올바른 감정과 가치관을 가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걸 느꼈다. 


며칠 전 택시를 탔다가 기독교 라디오 방송을 들으시는 아저씨에게 교회다니시느냐 여쭸고, 반색을 하시며 반가워하시며 대뜸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해야 할 때' 라고 하셨다. 혼잣말로 '제 앞가림도 잘 못해서요..' 라고 했더니 '그럴때일수록 더 해야한다.' 고 하셨다. 짧은 대화였지만 정신이 번뜩이는 대화였다.


어려서부터 내 앞에 수많은 고민이 있을 때 늘 내게 힘이 되었던 성경말씀은 '먼저 그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는 말씀이었다. 내 앞에 문제가 산더미 같이 무겁고 어려운데 그것보다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게 먼저라고 하시니 매번 당황스럽고 솔직히 어떨때는 화가 날 때도 있었는데, 요샌 그게 맞는 말씀이지 싶다.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 거동이 조금 어려워지셨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내내 주무시는 모습만 볼 수 있다. 기력이 없으셔서 자꾸 잠이 오신단다. 내내 할머니 간병하는 엄마도 손목도 디스크도 안좋으셔서 주말엔 좀 거들어드린다고 할머니 목욕도 시켜드리고 손톱도 정리해드린다. 손톱 정리해드리면서 '만원입니다. 고객님' 하고 장난을 쳤더니 그날 저녁 10만원을 쥐어주신다. 괜히 눈물이나서 펑펑 울었다.


어렸을 때 부터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는 꽤 미인이시고 깔끔하시고 멋쟁이셨다. 여름엔 직접 모시옷을 만들어 입으시고 방에 커튼도, 이불도 직접 만들어서 쓰셨다. 가끔 손주들 용돈도 거하게 쥐어주시는 멋쟁이 할머니셨는데, 어제의 할머니는 그 모든걸 다 내려놓으신 모양이었다. 오빠가 할머니 생신선물 뭐 가지고 싶으시냐고 물었더니 안받으시겠다 하셨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모르고싶다.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건 모든걸 가지고 모든걸 누려보겠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이지 싶다. 사실 모든걸 가져도 모든걸 누리기는 어렵기도 하고.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나누고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 걸어왔던 그 길을 수고했다고 보듬어주는게 더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다. 고작 서른해 살아본 내가 뭘 알겠느냐마는, 할머니가 그런 후자의 마음으로 이것저것 하나 둘 정리하시는 모습에 숙연함을 느낀다.


얼마를 더 우리곁에 계실지, 우리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평생 할머니 기도처럼, 주무시듯 편안하게- 그렇게 천국에 가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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