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1104. 대청소

comodisimo 2013. 11. 5. 00:13

1.

오늘은 내내 재즈를 들어야 할 것 같은 가을날씨였다.

그래서 오늘은 charlie Parker, Bill Evans, Mulgrew miller-

한참 스무살즈음 들었던 곡들을 찾아들었다.


그땐 오히려 재즈도 많이 듣고 그랬었는데

요샌 뭐하나 모르겠네 진짜.


암튼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은곡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도 오늘 가장 귀에 꽂힌곡은-



I fall in love too easily.



2.

여자로 산다는건 수많은 작은 병들을 떼어놓을 수 없는-

그런 일이라며 우스갯 소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그 작은 병들을 정리하기 위해 대청소 감행.

작은 화장품 병들을 치우느랴 나의 저녁시간을 모두 써버렸다.

그 김에 침대 위에 어질러져있는 책 정리도,

맨날 아무렇게나 엉켜있는 서랍 정리도 했다.

그리고 책상 위 연필꽂이에 연필을 한주먹 꽂아두었다.


내일은 서랍정리를 마무리하며 

여름신발들을 정리해서 넣어두고-

가을 신발들을 정리해서 꺼내놓아야겠다.


뉴스에서는 분명 가을의 절정이라고 그랬는데

난 이제 가을을 처음 맞이하는 사람처럼 굴고 있다.

내 몸이 느끼는 가을은 어쩐지 지금부터인지 싶은데.



3.

머리카락이 제법 자랐다.

커트머리를 기르는 거라 애먹었는데 이젠 제법 묶인다.

 - 물론 예쁘게 다 묶이는건 아니지만.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내 정신만 못 쫓아오고 있나보다.



4.

침대맡에 지난번에 이케아에서 사온 방향제를 올려두었다.

이게 장미향인지 백합향인지 알 수 없지만

내일 퇴근하고 방 문을 열면 기분이 좋아질 것도 같다.


왜인지 붉은색 물건이 가진 것들에

전혀 흥미가 없고- 불신이랄까. 뭐 그런게 있는데

이 붉은 방향제들은 참 예쁘고 좋은 향기가 난다.


한번씩 갈 때마다 하나씩 사와야겠다.

좋은 향기만으로도 기분이 이렇게 좋아지다니.



5.

브라질에 있는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오늘 그림과 함께 편지가 왔다.

포르투기쉬는 알아 볼 수 없지만- 

아마 글씨는 어른이 써준 것 같은데,


'my greatest dream is to' 라는 질문에 

'travel with my family' 라고 써서 보내왔다.


그 질문에 가족들과 함께했던 수 많은 여행들이 생각났고

한편으로는 우리 꼬맹이는 그런 추억이 없음에 안타까웠다.


큰 후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지 않은 마음으로 

그 아이가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나 축구 선수가 되길,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그것보다 아프지 않고 가족들과 늘 행복하기를 더 많이 기도해줘야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1106. 단편일기  (0) 2013.11.07
건조한 여자  (0) 2013.11.05
131103. 오랜만의 일기  (0) 2013.11.03
광저우 출장  (0) 2013.10.28
그런거-  (0) 201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