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광저우 출장

comodisimo 2013. 10. 28. 00:25


벌써 10월들어 두번째 출장. 일 하느랴 다른건 신경도 못쓰고 사는 중. 그래도 그게 낫지 싶어 열심히 몰두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요샌 얼굴도 머리도 개판이다. 아주.주말마다 한의원가서 침 맞는데 도대체 뭔 일을 하는데 그렇게 몸이 올때마다 후져지냐며 충분히 쉬어주라는 충고를 해주셨다.

안과에선 컴퓨터 하지 말고 잠을 많이 자라질 않나 한의원에선 스트레스 좀 털어버리고 쉬라질 않나 병원이 사람 백수 만들려고 그러나-



제주항공이 홍콩도 간다. 난 제주도만 가는 줄 알았는데- 홍콩에 볼 일이 있는건 아니지만 홍콩노선 항공스케줄이 많아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홍콩으로 들어갔다가 정말 기절할 뻔.

게다가 제주항공은 기내식이 없습니다. 여러분- 무슨 쿠폰이 있으면 뭘 준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고 물을 기본서비스로 나눠주기는 하는데 나머지 콜라나 감귤주스, 맥주, 컵라면, 비빔밥. 뭐 이런거 먹으려면 마치 기차처럼 현금으로 사야한다는 사실. 돈은 달러랑 엔화랑 원화를 받는다고.

내가 처음타봐서 잘 몰라서 그러는건지 모르겠는데 의자 간격도 엄청 좁고 여타 부대시설이 없어 엄청 불편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가까운 노선이면 몰라도 좀 먼 노선은 힘들듯. 차라리 다른나라 항공 타는게 나을 것 같았다 - 이건 뭐 개인적인 견해니까.

그래도 가는 길에 승무원님들이랑 가위바위보 게임(?) 하는건 좀 신선했음. 나 최후 3인이었는데 졌어..


홍콩에서 광저우로 바로 들어가는 티켓을 사질 못하기도 했고 (그날 티켓 모두 매진이었다는 끔찍한 사실 심천에 갑자기 들르라는 이야기에 부리나케 심천으로 이동했다. 혹시나 돌아오는 기차티켓이 없을까봐 미리 티켓팅. 심천에서 일 끝나고 기차를 안타고 버스를 탔다. 이미 심천 공항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다시 로후 기차역으로 오기가 애매해서- 근데 다시 깨달은 사실은 난 버스가 참 싫다는 것. 한시간이 걸린다던 버스는 두시간이 넘게 걸렸고- 밤 열시즈음 광저우에 겨우 도착해 호텔 들어가니 열한시. 예약시간이 지나서 방이 없다는 카운터에 매달려 방 안주면 나 지금 노숙해야 한다며 통사정을 했다는 슬픈 사실.

 


심천에서 처음 먹은 식사. 중국에서 살 때 味千拉面 (weiqian lamian) 에 들어갔는데 좀 매콤한게 먹고 싶어 시킨 메뉴. 아무래도 사천지방에 살다 와서 그런가- 중국 요리중엔 사천요리가 제일 입맛에 맞는다.

저 왼쪽 아랫쪽에 보이는 소스를 저 판에 부어서 고기랑 밥이랑 다 잘 섞어서 먹으면 끝.

오랜만에 화지아오랑 라지아오 듬뿍 들어간 음식 먹으니까 너무 짜고 너무 마- 하고 너무 라- 한 그런 느낌 내가 이런걸 먹고 살았었구나.


방문해야 하는 업체들이 대부분 광저우 외곽쪽에 있어서 아무래도 좀 시골느낌이 난다고 해야 하나. 지하철 내려 나오면 오토바이 아저씨들이 자꾸 타라고 야단이다. 아무래도 택시보다 싸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오토바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것도 사실이고 무섭기도 하고 해서 눈길조차 주지 않았음. 혼자 갔던 출장이라 아무래도 안전이 중요하니까- 조심하고 조심하고 완전 또 조심하고 그랬다.


내 얼굴만한 망고- 이게 이날 점심이었는데 정말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내 얼굴만큼 큰 망고였다 하나 다 먹으니까 배 불러서 잠까지 솔솔 오게 만든 장본인. 하나밖에 못먹고 와서 좀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내가. 어차피 또 금방갈테니(?) 그땐 두개 먹어야지.



광저우 타워-  3호선 赤岗塔(chigangta) 에서 내려서 B번 출구쪽으로 나오면 바로 보인다. 엄청엄청 높아서 사진이 한방에 잘 안찍혔는데 오히려 가까이 가서 찍으니 한방에 나오더라고. 굳이 이런거 올라가서 구경하는거 흥미가 없어서 (혼자서 뭘 이런데 올라가고 그러겠냐며-) 사진만 찍고 주강 야경구경도 안하고 바로 이케아로 이동.


이케아는 광저우 동역 F 출구쪽으로 나와서 쭈욱 직진하면 있다. 일단 배고프니까 저걸 내가 다 먹었지롱. 외국인도 많고 무려 한국인도 두세팀 봤다. 저 훈제연어 샐러드 밑에 깔린 드레싱이 진짜 맛있어서 약간 레몬맛 같은거 정말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싶었을 정도. 치즈케익도 커피도 스파게티도 너어어어-어어어- 무 훌륭했다.



그리고 전리품.컨셉은 '출장나온 외국인은 소품만 산다' 지난번에 파란색 방향제 사왔었는데 아직도 향기가 좋아서 이번엔 붉은색으로 사왔다. 지난번건 사무실에 있고 이번건 내 방에 둬야지. 그리고 저 플라스틱 수저, 포크, 나이프 세트. 친구가 이번에 독립을 한다고 해서 선물로 샀음. 아마 밥도 안해먹겠지만 그 지지배는-



그리고 이거! 요거요거 물건이다. 물에 동동 뜨는 것도 있었는데- 그건 차 마실 때 불편할 것 같아서 컵에 끼우는걸로 집어왔다. 사무실에 있는 홍차를 이걸로 다 마셔버리겠음. 색깔은 내가 좋아하는 연두색이랑 남색.



그리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초콜렛 물론 나도 엄청 좋아하는. 난 밀크보다 다크초콜렛이 더 맛있는 것 같은데 사실 이걸 사려고 했던게 아니고- 적절한 쇼핑백이 필요해서 집은 물건들. 다크초콜렛은 한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렸음 스트레스 받을 땐 또 초콜렛이 답이니까요.



그리고 이거! 홍콩 편의점 같은데서 많이 보이길래 맛있어 보여서 샀는데 진짜 무슨 벌크업 할 때 먹어야 할 것 같은 엄청 인공적이고 화학적인 맛이 나는 우유였다. 게다가 엄청 걸쭉한 기분이었어. 마치 마 갈아넣은 것 처럼. 다음부턴 쳐다보지도 않을거야. 흥.



짐이 늘어서 박스까지 챙겨들고 마지막 날 홍콩으로 돌아가는 중- 너무 힘들고 짜증나고 아프고 해서 나중엔 집어던졌.. 내가 진짜 어지간해선 우는 시늉도 잘 안하는 독종인데 홍콩 지하철에서 정말 목 놓아 울 뻔 했다.

아, 광저우동역에서 홍콩 가는걸 좀 설명하자면 일단 가격은 중국돈으로 151 RMB, 홍콩돈으로 190 $정도. 미리 티켓 사지 않으면 나처럼 못살수도 있으니 왕복을 할거라면 티켓을 사는 곳에서 (홍콩이던 광저우던) 미리 왕복티켓을 사는게 좋다. >30분 전까지 역에 도착해야 한다고 하지만- 출입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를 두고 가는게 좋고- 광저우동역 E번 출구로 나와 출구 반대방향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홍콩가는 티켓 파는 카운터. 홍콩이라고 써있진 않고 九龙(jiulong) 이라고 써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대략 2시간 정도 걸리고- 모두다 1등석이라고 써있는데 난 한번도 타보진 않았지만 >2층 기차도 하루에 몇 대 있다고 하는 것 같다.



이게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요샌 많이 몰려있고- 그래서 많이 예민해진 상태이기도 했지만 짐이 무겁고 시간에 쫓기는게 큰 탓. >어쩌다 손가락 마디마디 다 까져서 아직도 아프다. 한국 시간으로 맞춰둔 손목시계에 시차를 착각해 비행기 못탈 것 같다며 정신 쏙 빼놓고 멘붕왔던걸 보면 진짜 요샌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게 분명해.

아 그리고 지난번 출장으로 난 서류가방 예찬론자가 되었는데 일 열심히 하라시며 가방 선물 받았다. 사실 하나도 예쁘지 않은데 그래도 역시 편하고 좋았다. 몸에 너무 커서 좀 힘들었던거 빼면.



에피소드는 백가지도 넘는 엄청 힘든 여정의 끝에 본 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맞서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며

잡을 수 없는 밤하늘의 별을 잡자.

목숨이 붙어있는 한 누구에게나 희망은 있다.


그런걸 희망이라고 부르는건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사랑을 하는-


무튼 이번 출장은 너무 고되고 힘들었더래서 기억에 남는다.그리고 사는 도시가 아닌, 낯선 동네로 혼자 갔던건 또 처음.. 아니구나.암튼 좀 특별한 경험이었다.

여자라고, 어리다고 이런저런 핑계대자니 세상은 날 봐주지 않고, 오히려 나의 무능을 어필하는 것 같아서 슈퍼우먼 코스프레를 했더니 몸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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