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60701.

comodisimo 2016. 7. 1. 17:18

어제 '동주' 를 봤다. 시인의 시가 영화에 녹아 흐르고 있었다. 낭독자의 목소리가 깨끗해서 더 쓸쓸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감성' 을 쓴다는 건 '쓸데없는 일' 로 치부되기 쉽지만, 그 글 한자한자에 누구보다 더 깊은 진짜가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부끄러운건 그 깊은 마음들을 겨우 입시를 위해 귀찮듯 지나쳐버린 나였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건 내 의지도 필요하지만 배우려는 사람의 의지가 더 강렬해야 한다. 굳이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에게 내 시간을 허비하는게 무슨 코미디인가, 싶은거다. 그러니 더이상 괴롭게 하지 않을께.


예전에 썼던 일기들을 하나씩 읽어보면서- 다시 읽고 싶었던 문장들을 옮긴다.


날이 추워 벚꽃이 더디피듯, 나의 봄도 조금 더디게 오더라도 그래도 결국 꽃은 피울것을 기대한다.

어떤주의 화요일은 빠르게 지나치기도 하고 어떤주의 화요일은 '아직도야?' 라는 느낌이기도 하는데 이번주는 두번째 느낌의 화요일이다. 난 벌써 너무 지쳤는데 아직도 화요일이다.

몸이 하는 언어에는 거짓이 없다고 그랬다.

추워서 닭살이 돋는다던가 졸려서 눈꺼풀이 내려앉는다던가 배가 고파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던가 슬퍼서 눈물이 흐른다던가 설레여서 가슴이 뛴다던가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다던가_ 같은거.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되면 완벽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면서 하는 편인데 엄마가 한번은 '니네 하나님은 돌아가셨냐, 왜 그래?' 라고 하셨다. 그 말 앞에서는 뭐 변명이 없네.


벌써 7월이라니. 32살 나의 가능성이 1/2로 줄었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줬으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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