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그지같은 여름휴가_

comodisimo 2015. 8. 31. 14:30

지난주 여름휴가를 느즈막히 썼다. 


집안에 큰 일들이 많아 어딜 간다는건 꿈도 못꾸고, 평상시처럼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리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간단한 집안일이 끝나면 티비를 틀어놓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커피도 마셨다. 뭔가 완벽한 가정주부의 모습이었지만 아직 요리는 좀 어려워.


아침에 아부지께 계란찜- 을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아봤는데 물이랑 우유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나눠서 약 4분정도 돌리면 된다고했다. 집에 마침 우유가 없었고 급한대로 비슷한 두유를 넣었는데 들척지근하고 시꺼먼, 이상한 맛과 모양의 계란찜이 되었다. 백주부꺼라도 좀 봐둘걸 그랬나. 반을 갈라 이건 다 드셔야 한다고 협박했다.


또 다른날은 냉장고에 있는 버섯들을 모두 넣고 볶았는데- 아침을 다 드시고 나서 아버지께선 '남은건 그냥 다 버려라' 고 하셨다. 아 요리가 너무 어렵다. 특히 반찬을 만드는건 고수나 할 수 있는 일 같다.


친구랑 한강에 가서 와인도 한병 마셨다.


꽤 오래된 친구지만 가끔 나는 얘가 내 친구인지 아닌지 헷갈릴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굳이 그런 사람을 내 곁에 둬야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기로에 섰다. 공유하고 싶지 않다, 고 생각했던건 꽤 오래전 이야기라면 얘기하기 싫다고 느낀건 최근의 일이다. 남자였다면 벌써 헤어지고도 남았을텐데.


친구 없어도 뭐 괜찮아. 어차피 혼자 사는거야. 라고 하는 나한테 엄마는 '그게 아니야 멍청아' 라고 했다. 정말 내가 멍청이인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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