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에 처음 친구들과 태백에 한 교회를 갔던 적이 있다. 가서 애들이랑 놀아주고 온게 인연이 되어 자주는 아니지만 2년정도에 한번씩은 기회가 닿아 방문했었고 주말에 다시 가게 되었다.
나 같은건 상상도 못할만큼 각자의 어려운 사정이 있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더래서 마음이 쓰이고 그랬는데,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었고 이젠 저마다의 꿈을 찾아 대학 입시 준비를 한다고들 했다. 다들 잘 자라준 것 같아 고맙고 예쁘고 반갑고. 그 아이들 중 한명은 우리집 근처의 한 대학엘 오게 되었다고 했다. 집이랑 가까우니 꼭 와서 연락하라고 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그래야지.
한 아이는 실업계 고등학교여서 실습을 해보며 사회를 조금 경험해봤었나보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 고민을 하고 있으니 그래도 그 때가 좋은거라며 흡사 내 친구들이나 할 법한 얘기를 하고있어 마음이 아팠다. 벌써 이 아이들이 그런걸 경험해야 하다니.
내가 나이먹은건 생각 못하고 아이들이 크는걸 보면 그제서야 내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아이들이 그래도 신앙 안에서 잘 커줘서 고맙고 어떻게든 아이들을 잘 이끄시려는 목사님 내외분이 계셔서 마음이 또 따뜻해지고 감사드리고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했다.
이젠 친구들도 다들 나이가 먹어 시간 내라고 하는게 돈 내라고 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게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마음써주는 친구들이 있어줘서 고맙기도 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늘 햇빛만 보고 살 수는 없다는걸 알지만 구름이 유독 자주 나타나고 비바람이 유난히 세찬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가끔 그 구름을 걷어주고 바람을 막아주며 아이들의 고민들을 같이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정말 얼마나 감사한건지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도 아쉽지만 또 많은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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