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두고 수선을 맡기느라 일주일도 넘게 걸려 찾은
나의 세번째 트렌치코트-
급하게 막막 사느랴 사이즈도 하나 큰걸로 주문했..
조- 금 어벙한 핏이 나오는 것 같아서 속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보이프렌드핏이 유행이니까.
근데 난 너무 보이프렌드 같이 생긴게 함정.
머리도 요샌 너무 보이프렌드 스타일.
2.
체육학과 나오신 우리 대리님은 자꾸 나더러
요가나 발레, 스트레칭을 하라고 하신다.
내가 하고 싶은건 복싱이나 수영 이런건데.
난 운동선수가 굉장히 중요한 경기를 마치고
만족한다는 듯한 그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다.
연아가 마지막 스핀을 다 돌고
두 주먹을 불끈, 힘차게 내리치는 것 처럼-
뭐 그런 만족감을 나타내는 세리머니를 해보고 싶은데
요가나 발레, 스트레칭은 그런 세리머니가 안되잖아.
그런데 다 '몸매'를 위해서- 하는 운동이라면
더 여름이 '닥치기' 전에 회사 근처에 있는 센터를 알아보겠..
3.
특별했던 기억은 아련하니 남기기 마련인데
그런것도 모두 다 잊고
그것 위에 다른 무언가를 얹어버렸다면-
그 기억이 더이상 특별하지 않은,
특별하지 않았으면 하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 뭐 그런 일이 되어버린건가.
4.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도
우리 서로 누군지도 모르고
그렇게 안부만 물으며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가끔 누군가에게 살가워지고 싶을 때
그런정도의 낯선 - 내 삶을 방해하지 않을 -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조금 다행이지 싶었다.
막상 인연이 길어지고 서로를 알게되면
또다시 우린 식상해지고 싫어질테니.
5.
소개팅이 들어와서 사진을 봤는데
겉모습에 매력을 느낄만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물론 얼굴은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얼굴에서 보여지는 그 사람의 성격이라는게 있잖아.
착한 사람 같아보이긴 했어도
조금 답답하거나 고집스러워보였다.
집에와서 엄마한테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더니
이제 니가 만나야 할 사람들은 아마 그런 사람들일꺼다, 라고 하셨다.
이미 조금 삶에 무엇이 잡혀가는. 혹은 잡힌.
그래서 고집스러운 기질이 있는.
나도 이제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 상했고
그럼 늘- 소년같은 우리 아빠는 뭔가, 했고
그래도 난 좀 철이 덜 든 사람이 좋은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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