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내내 재즈를 들어야 할 것 같은 가을날씨였다.
그래서 오늘은 charlie Parker, Bill Evans, Mulgrew miller-
한참 스무살즈음 들었던 곡들을 찾아들었다.
그땐 오히려 재즈도 많이 듣고 그랬었는데
요샌 뭐하나 모르겠네 진짜.
암튼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은곡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도 오늘 가장 귀에 꽂힌곡은-
I fall in love too easily.
2.
여자로 산다는건 수많은 작은 병들을 떼어놓을 수 없는-
그런 일이라며 우스갯 소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그 작은 병들을 정리하기 위해 대청소 감행.
작은 화장품 병들을 치우느랴 나의 저녁시간을 모두 써버렸다.
그 김에 침대 위에 어질러져있는 책 정리도,
맨날 아무렇게나 엉켜있는 서랍 정리도 했다.
그리고 책상 위 연필꽂이에 연필을 한주먹 꽂아두었다.
내일은 서랍정리를 마무리하며
여름신발들을 정리해서 넣어두고-
가을 신발들을 정리해서 꺼내놓아야겠다.
뉴스에서는 분명 가을의 절정이라고 그랬는데
난 이제 가을을 처음 맞이하는 사람처럼 굴고 있다.
내 몸이 느끼는 가을은 어쩐지 지금부터인지 싶은데.
3.
머리카락이 제법 자랐다.
커트머리를 기르는 거라 애먹었는데 이젠 제법 묶인다.
- 물론 예쁘게 다 묶이는건 아니지만.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내 정신만 못 쫓아오고 있나보다.
4.
침대맡에 지난번에 이케아에서 사온 방향제를 올려두었다.
이게 장미향인지 백합향인지 알 수 없지만
내일 퇴근하고 방 문을 열면 기분이 좋아질 것도 같다.
왜인지 붉은색 물건이 가진 것들에
전혀 흥미가 없고- 불신이랄까. 뭐 그런게 있는데
이 붉은 방향제들은 참 예쁘고 좋은 향기가 난다.
한번씩 갈 때마다 하나씩 사와야겠다.
좋은 향기만으로도 기분이 이렇게 좋아지다니.
5.
브라질에 있는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데
오늘 그림과 함께 편지가 왔다.
포르투기쉬는 알아 볼 수 없지만-
아마 글씨는 어른이 써준 것 같은데,
'my greatest dream is to' 라는 질문에
'travel with my family' 라고 써서 보내왔다.
그 질문에 가족들과 함께했던 수 많은 여행들이 생각났고
한편으로는 우리 꼬맹이는 그런 추억이 없음에 안타까웠다.
큰 후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지 않은 마음으로
그 아이가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나 축구 선수가 되길,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그것보다 아프지 않고 가족들과 늘 행복하기를 더 많이 기도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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