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악을 듣다가 거리를 걷다가
비를 맞다가 우산을 꺼내다가
눈 앞에 지나가는 차를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신발을 신다가 옷을 꺼내 입다가 향수를 뿌리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바람을 맞다가
공항으로 가다가 퇴근을 하려다가
스타벅스 앞을 지나다가 기차를 타려다가-
그 찰나의 순간들에 내가 기억하는 수 많은 일들.
엄마는 내가 너무 사연이 많은거라 하셨다.
이제 고작 서른해즈음을 살았는데
내 안에 쌓인 수많은 기억들이 가끔씩 나를 짓누른다.
물건사고 영수증도 잘 못버리는 내가
기억이야, 추억이야 쉽게 버릴수가 있을까.
그래도 괜찮다.
나도 그런 추억들을 겪었던 사람이니까
지금 이렇게 건조해진 사람이 되어서도
억울한건 없다.
2.
어느해였나,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해가 떠올라 방이 밝아진걸 볼 때
그렇게 절망적일수가 없었다.
오지도 않는 잠을 자려고
억지로 눈을 감아도 보고 이불을 뒤집어 써봐도
내가 오늘 살아야 하는구나, 라는 사실에
무기력감과 절망을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사는일에 그렇게
큰 흥미나 열의를 느끼지는 못하는 내가 너무 안타깝지만
그래도 가끔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더 자고 싶고 출근하기 싫어질때면
그 때 그 아침을 생각한다.
한숨을 쉬는게 습관이었던 그 때,
내 말을 들어줄 사람 하나 없었던 그 때,
무슨 말을 하더라도 다 핑계처럼 들리던 그 때,
오늘 살아있고 살아야 한다는게 절망적이었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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