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난임일기 #4 (1차 종료)

comodisimo 2020. 6. 2. 14:33

아침에 확인한 임테기에선 분명 흐릿하지만 두 줄이 보였었다. 전날보다 또렷해진 선에 '앗! 이것은 좋은 신호다!' 싶었다. 남편한테 말은 안 했지만, 병원 가는 길도 괜히 신났고, 자신감 있었다. 
지원금은 어디까지 쓰면 되는지도 물어보고, 통과하면 약 처방받으러 또 와야 한다길래, '아 그럼 반차 내고 남편 몰래 와서 처방받고 서프라이즈 해줘야지!'까지 생각했는데. 

수치가 0.1이랜다.

며칠 전 조카가 '0은 아무것도 없는거야!' 라고 그랬는데, 그래. 아무것도 없는 거야.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1차 시험관이 끝났다. 냉동도 하나 남기지 못한 내 난자들이. 다 사라져버렸다. 2차는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정말 뭐 하나 내 맘대로 되는게 없다.
내가 잘하거나 못하거나. 아니, 뭘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는, 이 시간을 또 어떻게 보내지.
뭐가 얼마나 더 간절해야 하는건가.

우선 2줄 나온 임테기부터 처분하고. 
일단 이번주는 마음껏 즐기며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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