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Basconcelos]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comodisimo 2011. 11. 30. 00:03

#.
"아이들은 자야 할 시간이야."
그러고는 우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누나는 그 순간 그 자리에는 더 이상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어른이었다. 그것도 아주 슬픈 어른. 슬픔을 조각조각 맛보아야 하는 어른들 뿐이었다... 행복한 사람은 손가락을 입에 문 채 잠든 꼬마 임금님뿐이었다.

#.
"슈르르까"
"응?"
"내가 울면 보기 흉할까?"
"바보야, 우는 건 흉한게 아니야, 그런데 왜?"
"글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봐. 여기 내 가슴 속 새장이 텅 빈 것 같아..."

#.
"어제 말한 건 진심 아니지?"
"거짓말이야. 근데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좀 속이 상해."
... 난 거리에 나갈 때까지만 참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신발을 벗으면 아픔이 가실 것 같았다. 그러나 발이 직접 땅에 닿으니 공장 벽에 기대어 천천히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
"뽀르뚜가!"
"음..."
"난 절대로 당신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당신도 알지요?"
"왜?"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니까요. 당신이랑 같이 있으면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아요. 그리고 내 가슴속에 행복의 태양이 빛나는 것 같아요."

#.
"예, 죽일 거예요. 이미 시작했어요. 벅 존스의 권총으로 빵 쏘아 죽이는 그런 건 아니예요. 제 마음속에서 죽이는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죽어요."

#.
 우리는 아름다운 길을 따라 달렸다. 포장도 안 된 좁은 길이었지만 길가의 나무와 풀밭은 아름다웠다. 밝은 태양과 맑게 갠 푸른 하늘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진지냐 할머니가 언젠가 '기쁨은 마음속에 빛나는 태양' 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태양이 모든 것을 행복으로 비춰 준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내 마음속의 태양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는지도 몰랐다.

#.
 나는 진정한 삶을 노래하는 시를 보았다고 누나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진정으로 삶을 노래하는 시는 꽃이 아니라 물 위에 떨어져 바다로 떠내려가는 수많은 이파리들과 같은 것이었다.

#.
나는 밍기뉴를 사랑스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가 사랑을 준 것 만큼 언제나 사랑을 되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아무리 그래도 난 뽀르뚜가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의 웃음 소리. 특이한 억양. 창 밖의 귀뚜라미까지 쓰윽, 쓰윽 그의 면도 소리를 흉내내고 있었다. 그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매를 많이 맞아서 생긴 아픔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유리 조각에 찔린 곳을 바늘로 꿰맬 때의 느낌도 아니었다. 아픔이란 가슴 전체가 모두 아린, 그런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죽어야 하는 그런 것이었다. 팔과 머리의 기운을 앗아 가고, 베개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지게 하는 그런 것이었다.

#.
"다 지나갔다, 얘야. 모두 다 끝났어. 너도 이 다음에 크면 아빠가 될 거야. 그리고 살다 보면 어려운 시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거다. 하는 일마다 잘 안 되고 끝없이 절망스러울 때가 있어..."

#.
나의 사랑하는 뽀르뚜가, 제게 사랑을 가르쳐 주신 분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구슬과 그림딱지를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사랑 없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제 안의 사랑에 만족하기도 하지만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절망할 때가 더 많습니다.
 그 시절, 우리들만의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먼 옛날 한 바보 왕자가 제단 앞에 엎드려 눈물을 글썽이며 이렇게 물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한번 읽고는 무슨 내용인지도 기억이 가물했었는데,
나이가 들어, 철들기 싫은 나이가 되어보니 내용이 가슴에 박힌다.

누가 그렇게 얘기했던 것 처럼,
마흔이 되어도 철 안들고 좋아하는거 좋아하고,
마음에 더 행복한 일을 우선하고_
그렇게 살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좀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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