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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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odisimo 2016. 11. 28. 11:55

감정이 무뎌진다는게 가장 무서운 일이다.


스트레스 받을 때, 잠잠히 '그럴 수 있지요' 하는 사람을 동경해왔다. 나는 한번도 그렇게 침착하게 스트레스를 대응할 수 없었다. 그럴수도 있다니. 왜 내가 느끼는 분노의 감정이 저 사람들에게는 '그럴수도 있는' 일이 되는걸까. 난 성질이 고약한 사람인가. 한편으론 나도 그런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채 10분도 보지 못하고 화가 나서 꺼버렸다. 무능한 상사는 '보고' 를 좋아한다 했던가. 그 긴박하고 기막힌 순간에 영상보고를 해야 한다고 하는, 아니 그 영상을 보고도 7시간이나 지나서 나타난 그 사람에 치가 떨린다. 국민의 목숨을 고작 그 정도로 생각했던 집권자라니. 그 사람들을 믿고 살아왔던건 아니지만, 정말 우리는 보호받지 못하는 난민과 다를게 뭔가.


정치엔 문외한이고, 정치에 가장 걱정이 무어냐 묻는 질문에 '내가 정치에 관심없는게 제일 걱정이다' 라고 대답할 만큼 관심 안두고 살다, 내가 이렇게 기가막힌 세상에 살고 있고, 관심없던 나의 무관심에 결국 내가 이렇게 치이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하루에도 몇번씩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화가 날 땐 화를 내야 정상이다. 분노를 느낄 땐 분노를 표출해야 정상이다. 아 물론 극단적인 행동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이해시키려고 하고 가둬두려고 하다보면 언젠가, 그 불안함이 나를 뒤엎는 때도 올게 분명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 방송은 끝까지 봐야겠다. 무섭고 두렵더라도 그게 진실이라면 똑바로 마주하고 무엇에게 화를 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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