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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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odisimo 2016. 12. 12. 00:27

이상하게 주말만 되면 몸이 부서질 것 처럼 아프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만큼. 오늘도 내내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내일이 문득 월요일이란 사실에 아쉬운 마음이 들어 이렇게 일기를 쓰기로 했다. 


주말엔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났다. 그전엔 그 친구를 만나고 나면 뭔가 텅- 비는 느낌이 들어서 돌아오는 길이 늘 쓸쓸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게 됐다. 누가 변한건진 알 수 없다. 


일년내내- 아니, 정확히는 4월즈음 다 읽었다가 끝에, 한 챕터를 남겨둔 책이 있었다. 오랜만에 그 책을 읽으니 책의 끝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랑에 냉소적인 사람일수록 더 낭만적인 사랑을 기다릴 수 있다고. 그렇지만 현실이 그렇게 늘 낭만적이지 않으니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는 소리였던가. 암튼 끝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제법 끄덕이게 하는 책이었다.


토요일엔 옷장을 정리했다. 정리했다는건 사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늦가을에 입던 옷들을 이제라도 드라이크리닝 맡기려 꺼내놓으니 오히려 꽉 차는 기분이 든다. 절대적인 숫자가 중요한게 아니지. 필요없는게 잔뜩있는것도 좋은건 아니다. 이제는 필요없는 것들을 아쉽다는 이유로 잔뜩 쌓아두는것도 좋은건 아니다. 벌써 다 잊었어야 하는 일들을.


아니지, 사실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그 때 행복했었는지, 웃었었는지, 그게 진심이었는지는. 그저 그런 일들이 내게도 있었고, 더이상은 기억나지 않지만, 앞으로 그런 일들이 또 일어날지 희박하기 때문에 미처 놓지 못하는 내 마음을 위로하는 것들이겠지. 


그 드라마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둘이 잘, 행복하게 같이 있다가, 언젠가 인간인 여자가 죽을즈음, 그 때 칼을 뽑는건 안되는 일인가. 


아무튼 크리스마스 트리를 샀다. 캐롤을 여름에 듣는 사람이 트리를 샀다. 좀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뭐 꼭 그게 나라는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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