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41005. 오랜만의 헛소리_

comodisimo 2014. 10. 5. 01:43
사실 이젠 - 물론 어려서도 그랬었지만 - 혼자라서 못하는건 거의 없다. 그건 내 가장 큰 장점이고 또한 단점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한달에 두번남짓 보던 어린 시절엔 얼굴 보고 같이 걷는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고 행복해서 아무 말도 없이 두세시간이나 있어야하는 극장엘 간다는게 싫었었다. 그래서 늘 영화는 혼자 알아서 봤었다. 예전에 봤던 드라마 중에 '개인의 취향' 엔 순진하고 어리숙한 손예진이 남자친구에게 버림받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왜 헤어져야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남친에게 빨리 보고 싶어 씻지도 않고 달려나갔다- 는 뉘앙스의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나도 사랑에 대해선 이렇게 어리숙하고 바보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다. 얼굴을 마주하고 살아있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는 함께 보내는것에 더 의미를 두었던. 이제 생각해보니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었는지. 음. 뭐 그럼 어때. 드라마에선 이민호가 나타나줬는데. 물론 난 현실에 살고있고 손예진도 아니지만.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난 영화를 그만큼이나 좋아했던걸지도 모른다. 좋은 영화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보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요샌 친구가 자꾸 같이 영화보자며 이것저것 예매를 하던데 요샌 희안하게도 영화에 그렇게 흥미가 생기질 않는다. 물론 궁금한 영화들은 꽤 있었지만, 의지를 가지고 예전처럼 극장엘 갔던건 꽤 오래전의 일이다. 심지어 지금 뭐가 개봉했는지도 모르니. 한때 영화광- 이었다는게 무색하다. 좋아한다며 매직인더문라이트- 도 보질 않았다.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날, 짧은 여름바지들을 빨아널었고, 다리가 다쳐 어딜 나돌아 다닐 정신이 없어 한번도 입지 못한 여름 블라우스들을 깨끗히 손질해서 박스에 넣어두었다. 박스에서 너무 두껍지 않은 가을 니트들을 몇벌 꺼냈고 린넨 셔츠들을 넣어두는 대신 옥스퍼드 셔츠들을 꺼내 스팀다리미로 팡팡 다려 걸어두었다. 극세사로 된 주황색 이불을 꺼내 침대에 펼쳤고 전기장판도 깔아두었다. (심지어 오늘은 켜두었음) 엄마랑은 국화축제라며 머플러를 두르고 생태공원엘 가서 사진 열심히 찍었고 오늘은 오랜만에 타임스퀘어 갔다가 모직 재질로 되어있는 스냅백을 하나 선물받았다. 아침엔 오빠랑 따뜻한 라떼 마시러 다녀오기도 했다. 유독 손발이 시려워 차가워진 발에 족욕도 따뜻하게 했다. 가을은 분명 서늘해지고 차가워지는 계절이지만, 내가 느낄 수 있는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일지도 모른다. 가을이구나, 그리고 곧 겨울도 오겠구나.

Me Before You 라는 소설을 읽었다.


Me Before You

저자
Moyes, Jojo 지음
출판사
Michael Joseph | 2012-09-07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루 클락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녀는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그러니까 어지간히 집중하지 않는다면 사람 얼굴이나 이름은 잘 기억 안하려는 (못하는게 아님) 게으른 버릇이 있어 소설은 별로 좋아하질 않았는데, 도서관 대출 1위를 계속 차지하고 있기에 호기심에 빌려본 책이었다. 페이지가 무려 500페이지도 넘어 여자 팔목두께- 정도 되는 두께의 소설인줄은 몰랐지. 책 뒤에 '당신에겐 티슈 한 상자가 필요하다' 라거나 '워터프루프 마스카라를 해라', '거실에서 아기처럼 울고 말았다' 는 둥, 내용이 어느정도 슬플거란 예상을 하고 읽어서 그런지 난 그렇게까지 슬퍼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약간 작정한 스토리에겐 감동이 없는걸지도.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라 꽤 재미있게 읽었다. 한번 속도를 붙이고는 3일정도에 읽어버렸으니. 나로서는 꽤 빨리 읽어냈던 것. 결말이 좀 달랐으면 어땠을까, 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게 현실적이지. 라고 이해하려다가도 그래도 이 결말은 맘에 안든다고 생각하게 되서 되려 화가 조금 나기도 했다. 아마 주인공의 감정을 끝까지 쫓아가지 못했던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는 책은 분명합니다.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는 일이 하나 있다. 나를 위해서도 그러는편이 좋다고 믿는다. 물론 너무 익숙해서 습관처럼 굳어진 일들을 고친다는게 쉽지는 않지만, 노력이 무색해지고, 진심이었던 마음이 무색해지고 오히려 초라해지는 그런 일에 나를 더 빠트리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얼마나 행복이고 축복입니까. '타이밍' 이라는건. 지독하게도 엇갈리는 시간들이 이렇게 허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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