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새 악몽을 꿨다.
내가 자는건지 아님 이게 실제인지 몰라서
몇번을 눈을 뜨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한숨 쉬고 눈을 감고.
그렇게 몇번을 하고 나니
이게 이젠 실제 일어난 일처럼 느껴졌다.
아침부터 몸이 말할 수 없이 힘들다.
2.
긴 휴가를 보냈다.
휴가의 절반은 동네 카페에서 보냈다.
책을 두어권 읽었고, 새로운 음악도 몇곡 찾아냈다.
좋아하던, 알던 음악들을 아무 감정없이 들을 수 없었다.
기타를 조금 연습했고, 손가락이 아팠다.
아무때고 빨래를 했고, 머리를 좀 다듬었다.
캐치볼을 하다가 두어군데 세개 맞아 멍이 들었고 자전거를 탔다.
좋아하던 모자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졌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자와 좋아하는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다.
곧 가야 하는 출장 때문에 또 스트레스 받는 나날들을 보냈고
피부가 많이 상해서 내일 퇴근하고 피부과를 가볼까 싶기도 하다.
소화가 잘 안돼서 맛있게 먹은것도 없는데
계속 누워있어 그런가 더 소화도 안되고 얼굴도 부었다.
좋아하던 봉사활동을 뜻하지 않게 그만두게 됐고
열시반쯤, 일찍 잠들었다.
가슴이 아플때가 있었고, 한숨이 크게 나올때도 있었다.
드디어 내일 출근이라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3.
어젯밤은 시편을 읽었다.
시편은 어쩐지 좀 읽기 힘들다, 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젠 소리내서 읽다보니 더 힘들게 느껴졌다.
- 이게 뭔 소리야.
몇편을 읽다가 느낀건진 모르겠지만,
자신의 힘든 상황을 하나님한테 고자질하고
너무 힘들다고 투정부리다고,
자기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사람을 혼내달라고 그러다가
갑자기 화자가 하나님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 상황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을까.
4.
옷들을 다려야겠다.
주름 있는 옷들을 빳빳하게 다리고 나면
속이 좀 시원해질 것 같기도 하고
속상했던 것들이 좀 풀릴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은 꼭 우리선희를 보러가야지.
울 수 있을만큼 조금 슬펐으면 좋겠는데
아마 엄청 담담- 할 것 같다.
난 늘 울고 싶을 때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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