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인가 파우치를 열었는데
입술에 바르는 것만 세가지가 들어있었다.
보통 여자들보다 훨씬 이런거에 관심 없고 무딘편인데도
파우치가 늘 무겁고 귀찮아서 줄여보자 다짐했는데
최근 내 파우치엔 입술에 바르는것만 다섯가지로 늘었다.
왜 난 이게 줄여지지가 않는거지?
교회 가려고 친구 만나러 서울역까지 나갔었다.
요즘은 멀리까지 부러 청년예배 드리러 나가는데
귀찮긴 해도 말씀듣는게 좋아서 기를쓰고 다니는 중.
서울스퀘어는 처음이었는데 주일이라 그런지 문을 다 닫아서
아무것도 못보고 커피만 마시다 나왔다.
그리고 그날의 햇살.
봄이 온 것 처럼 따뜻하니 아주 좋았다.
우리는 아주 다른듯 닮은 친구라
늘 다르지만 비슷한 옷을 입는다.
설을 보내며 올라온 오빠가 놀러가자길래
파주 아울렛까지 다녀왔는데
역시 아울렛은 볼게 없구나, 하고 돌아왔다는 슬픈이야기.
지난번엔 코르테즈를 싼 값에 득템해서
이번에 그거라도 있을까, 싶어 들렀는데
프리런 같은 것 밖에 없어서 사고 싶은게 없었어.
엄마는 오빠랑 나랑 너무 친하게 지내는걸
최근들어 좀 걱정하시면서 못마땅해 하시는 듯.
사촌오빠까지 오랜만에 와서
오빠들이랑 놀아준다고 (?) 볼링장엘 끌고 갔었다.
내가 '굴리면' 그래도 한 90정도는 나오길래
자신만만하게 내기볼링을 신청했다가
세판 쳤는데 두판을 내리 꼴찌했다는-
서른맞이 팔찌를 하나 샀다.
가죽팔찌를 예쁜걸 사고 싶었는데 (스터드 안박힌거)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게 없던 찰나,
이태원엘 갔다 하나 눈에 들어오는걸 집었다.
이쁜거같아. 내 서른팔찌.
요새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어느날 회사에 있는 내 잡다한 짐을 모두 싸서 퇴근해버렸다.
당장 내일부터 출근 안 할 사람처럼.
내가 언제 그만둘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짐을 싸온 내가 나에겐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해가 많이 길어져서
6시만 되어도 푸르스름- 한게 기분이 묘하다.
나도 겨울왕국 봤음.
겨울왕국, 이란 제목이 입에 잘 안붙어서
얼음왕국? 얼음나라? 겨울나라? 막 이러는 중.
난 사방팔방 나오는 Let it go 음악이 뭔지 몰랐는데
이 영화 OST였다는걸 이 날 알게되었다는.
오랜만에 닥터마틴 신고 나갔는데
얘가 오랜만에 신어 그런가, 키가 컸는지(?)
발이 헐떡거릴 정도로 큰 것 같았다.
사이즈를 두번이나 교체한건데.
다음번엔 완전 작은걸로 사야겠어.
내가 좋아하는 단골집은 망한다는 전설.
인사동에 내가 아는것만 네군데가 망했고 이미.
우리동네 카페중에 내가 좋아하는곳은 두군데.
이곳은 정말 내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한 카페였는데
아니, 카페라기보단 그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었는데 망했다.
마음이 쓰리고 아프고 이상하게 그랬다.
이젠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난 스타벅스를 다니기로 했음.
커피 맛도 일정하고, 사람이 많거나 적거나 상관없고
망할 일 전.혀. 없고 어디에서나 갈 수 있는-
그런게 싫어서 일부러 카페들을 찾아다녔던건데
이젠 그냥 스타벅스를 다니기로 했다.
요샌 차이티소이라떼나 소이라떼를 좋아하는 중.
누구는 그게 대체 뭔 맛이냐, 했는데
난 이젠 그냥 우유로 하면 맛이 덜 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독감이 찾아왔음.
일주일 내내 아프다 금요일 새벽 39도까지 열이 올라
급하게 응급실엘 가서 검사했더니
신종플루 확진을 받고 타미플루 받아왔다.
약을 먹고도 내내 아파 고생중이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또 바깥에 나가는게 겁날만큼
컨디션이 들쑥날쑥이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감기 조심하세요, 다들 진짜. 죽어요, 독감. 아오.
그리고 병원 갔다 오는 길에 만난 보름달.
우와, 난 저렇게 큰 게 혹시 달이야? 했는데
뉴스에선 올 보름달이 별로 크지 않는다 했다.
그럼 평년 정월 대보름달은 얼마나 큰건가, 싶기도 하고.
그 다짐을 하고 며칠만에 찾아낸 다른 동네카페.
동생 신발을 찾아서 오는 길에
그냥 라떼가 한잔 마시고 싶어서 들어갔던 카페인데
샷 추가를 얘기했더니 기본 투샷을 준다길래
특이하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투샷에 벤티 사이즈로 커피를 주심.
다 마시지도 못하고 버렸음. 결국.
카페는 작지만 음악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금방 망하는 이유는
내가 워낙 사람 없는 카페를 좋아하기 때문이랬는데
여기는 얼마나 갈지 잘 모르겠네?
으아 오랜만에 쓰는 일기라 사진도 많고 할 말도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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