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리 다친지 벌써 보름이 지났고-
뼈에 금이 갔으며 후방십자인대가 뒤로 5mm 밀렸다고 한다.
뼈가 부러지지 않았으면 인대가 더 심하게 다쳤을거라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하셨다.
이게 다행인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후방십자인대라니-
그게 대체 다리 어디에 있던건데 이제서야 정체를 드러낸거야.
퉁퉁 부은 무릎에서 주사로 물을 어마어마하게 빼냈고
반깁스 하던건 통깁스로 바꿨다.
이렇게 일단 한달을 해야 한다고 했고-
경과가 좋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2.
한여름에 다리에 이런 보호장비를 두르고 있으려니
덥기도 덥지만 간지럽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평소 피부가 예민해 파스도 못 붙이는데-
떼지도 못하는 이런 뚱뚱하고 딱딱한걸 해놓는 바람에 미칠지경.
그러니까 차라리 허벅지가 가렵거나 발바닥이 가렵다면 괜찮은데
발목이나 종아리가 가려우면 방법이 없다.
누가 이거 해결책이 있다면 정말 노벨상 줘야함.
3.
다친건 무릎인데 온 몸이 아프다.
걷는건 한결 편해졌지만 깁스가 무거워
자고 일어나면 특히 골반이랑 허리가 많이 아프다.
다치고는 내내 집에만 있고 움직이질 않아 불편한거 모르지만
가끔 병원에 가서 이리저리 검사한다고 돌아다니면
다음날은 어깨며 등이며 목 팔 허리까지 저릿저릿하다.
4.
뭐든 적응하기 나름,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이건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인내의 문제라 하셨다.
절망적이다.
인내라는건 끝내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을
끌어안아야만 하는 고집스러운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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