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미 없는 독서는 없다, 는 생각으로 오늘도 미래와는 딱히 상관없는 책을 두권 빌려왔다. 사는일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 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전공과 상관없는? 밥 먹고 사는일과 무관한? 그저 흥미를 위한? - 책일수록 재미있는 것 같아.
황경신의 책은 처음이다. 사실 누군지도 잘 몰랐는데, 이름이 낯설지 않아 찾아보니 '페이퍼' 잡지의 편집장님이시다. 아. 페이퍼- 매달 서점에 가서 한권씩 나눠 사서 읽고, 맨 뒤의 옆서에 편지도 그림도 받고 그랬었던 페이퍼. 암튼 읽어보겠습니다. 이동진의 책은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들을 여행하며 쓴 책- 이라고 생각해서 빌려온건데, 아직 읽어보지 않아 어떨진 잘 모르겠다. 다만, 책을 고르며 나는 영화의 어느 장소에 가고 싶었는가- 를 조금 생각하게 되었다.
2.
그런 의미에서 오늘 외장하드를 정리해보며, 내가 가보고 싶은 영화속의 장소는 어디일까- 를 찾아보는게 목표였는데.
이 영화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고, 그 번지점프대는 정말 한번 가서 뛰어보고 싶은 그런 장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찾아보니 뉴질랜드의 '타우포 번지' 라고 한다. 아. 혼자는 못할거야 아마.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영화여서 그런지 정말 많이 봐서 그런가, 눈에 익은 장소들이 있다. 왕페이가 아르바이트 하던 그 가게! 금성무는 와서 전화를 하고, 양조위는 와서 샐러드를 사먹던 그 가게! 홍콩 어딘가 있을텐데 홍콩을 서너번이나 가봤어도 못가봤네. 나에게 '찌는듯한 끈끈한 더움' 은 바로 그 가게, 그 장면들이어서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그곳에 있다'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되면 기분이 그렇게 나빠지진 않았던 것 같다. 다음에 홍콩엘 가게되면 중경삼림 성지순례라도 해야겠다.
그리고 수많은 연인에게 10년 뒤 두오모- 의 약속을 하게 만든 냉정과 열정사이도. 나도 분명 누군가와 10년뒤 언제쯤, 어느곳- 을 약속했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구였는지, 장소가 어디였는지, 언제였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 그런 약속들은 사랑할 때 까지만 유효하다.
3.
이런 영화들을 찾으려던게 사실 내 목표였는데, 오랜만에 하드를 열었다가 쓸데없는걸 너무 많이 찾아냈다. 예를들면 아마 살아서는 다시 못만날 사람들 이랄지. 다시 만나면 안될 사람들이랄지.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새삼 확인하는 게 반갑지 않았던게 이상한걸까. 그리고 - 정말 찾아내지 말았어야 할 - 나를 위해 만들어진 하나뿐인 생일축하곡이랄지.
이젠 기타도 칠 줄 아는데, 기타로 연습을 좀 해볼까. 지금이야 어찌되었든 이 음악은 내 음악이니.
4.
영화를 볼까, 싶었는데 책을 읽다 자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 밤이다. 날씨가 부쩍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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