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51011. 가을이 왔나.

comodisimo 2015. 10. 11. 23:30

두번째 스무살 보다가- 내가 차연출이랑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하니 엄마는 그래도 김교수랑 잘되는게 노라에겐 더 좋은일일거라 그러셨다.
어제 엄마랑 같이 보다가 김교수한테 깊은 빡침이 있어서 '저런데도 원래남편이랑 잘되는게 좋은거라고?' 라고 했더니 엄마는 '그러게..' 라고 했다.
차연출이 너무 따뜻하고 다정해서 좋다. 뻔한 남주 스타일 - 능력있고 잘생기고 키도 크고 몸매도 좋은데 딴 여자들 보기를 돌같이 하고 너 하나만 기다렸다 - 이지만 그럼 어때. 멋있음 됐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을옷을 사러 백화점엘 갔다. 이상하게 난 내 옷 사는건 좀 인색하기도 하지만 어렵기도 해서 늘 쇼핑을 잘 못하기도 하고 사고나서 후회도 많이하는데 엄마랑 가면 비싸긴 해도 잘 어울리고 오래입을 수 있는 좋은 옷을 골라주신다. 나의 쇼핑메이트.
암튼 이젠 잘 어울릴만한 브랜드들도 많이 바뀌었다. 짧은 치마가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했더니 엄마가 너 나이들어서 그래 라고. 아 네. 뭐 어리진 않으니까.
암튼 시원하게 박박 긁고 왔다. 겨울즈음 코트나 한벌 더 사둬야지. 빳빳한 피코트로.

덕분에 가을 옷 정리도 하고 신발도 정리했는데 나 생각보다 구두 많더라. 최근 구두를 사야겠다고 생각 많이 했었는데 스스로를 반성했음. 플랫 하나만 더 사고 진짜 안살거야 진짜. 플랫은 진짜 필요하거든.

조금 불편하고 힘들고 부지런해야 사람은 예뻐진다. 밤에 머리감고 자면 아침이 편하지만 컬은 예쁘지 않고 힐을 포기하는 순간 몸은 편하지만 옷장 앞에서 늘 바지만 골라야 하는 운명이 되는 것 처럼.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에 머리감고- 힐 신고 뛰기 힘드니까 좀 여유있게 출근하는 것. 뭐 나한텐 그런거. 예뻐지려는 노력. 난 좀 해야겠더라.

며칠 전 광화문에 갔다가 캘리그라피 하시는 분들이 있길래 '참 고맙다' 라는 글을 받아와서 방문에 붙였다. 퇴근하고 와서 방 문을 열 때 스스로에게 고마운 느낌을 가지고 싶다. 아니면 나를 둘러싼 모든것들에 대한 고마움이라도. ​

엄마가 멀쩡하게 얼굴 찍힌 사진 좀 달라셨는데 사진첩을 아무리 뒤적여도 멀쩡한 사진이 없다. 예쁘게 찍히면 가식적이라고 지워버리고 이상하게 찍히면 이상하다고 지워버려서 결국 건질게 없다.
나를 나답게 하는게 어렵다. 나를 담아내는것도 어렵다.

선명하게 생각나는게 있다. 그러나 그러면 안되는 이유들이 넌 생각도 하지말라고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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