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51023. 우연히

comodisimo 2015. 10. 23. 19:57


거기가 정동인지도 몰랐는데 알고보니 내가 아는 길의 끝지점이었다. 괜히 안으로 조금씩 들어갔는데 가슴이 뻐근해지고 조금 쓸쓸하고 씁쓸하고 - 아팠다. 마침내 도착해서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돌아나왔다. 괜찮은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그냥 어딘가 숨겨둔 것 같았다.

근처에 계시는 - 날 잘 이해해줄 것 같은 은사님을 만났다.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누구에게도 감히 꺼내지 않는 고민들을 털어놨다. 누군가를 만나는게 심드렁하고 재미가 없고 굳이 얘기를 하는게 더 일이 복잡해지는 기분이라 점점 말이 없어진다고. 그리고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찾고 싶다고.

날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시다가 그 때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느냐 물으셨고 누군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다가 결국. 헤어졌다고. 내가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내려진 처방은 사람들을 좀 만나고- 침묵이 금이기는 해도 사람들은 침묵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한다고 하셨다. 그러니 속 이야기를 좀 털어놓고 혼자 해결하려 애쓰지 말라셨다. 그리고 피아노를 일부러 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라고도.

..괜찮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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