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 기도를 하려고 생각을 열었는데 정작 하고 싶은 기도가 나오질 않고 쓸데없는. 그러니까 그냥 피상적으로 하는. 내 본심과 다른 기도만 두서없이 줄줄 나왔다. 안하니만 못하다 싶어 그냥 입을 닫았다.
해야 할 얘기가 많은데 뭔가에 가로막혀 정작 해야 할 얘기를 못했다. 꿈에서라도 하나님을 만난다면 그땐 진짜를 얘기하고 싶다. 나는 요새 이렇다고.
저녁에 씻으면서 그날 입은 속옷이나 양말, 셔츠 같은거 손빨래를 간단히 하는데 지난번에 빨아 널다가 '이건 빨았으니까 한번만 더 입고 버려야지' 했던 속옷을 빨고 있다는걸 알았다. 입으면 몸에 참 편하고 익숙해서 좋은데 낡아서 버려야 하는게 괜히 짠하게 느껴졌다. 아니. 굳이 버리지 않아도 되지만 버리고 싶어하는거.
오래된 사랑도 그렇지 않나. 버리고 싶어 기회를 보지만 습관처럼 옆에두고. 이젠 버려야지, 하지만 편하다는걸 알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그렇지만 조금 낡았다는 이유로 버리고 싶어하는. 낡은 팬티 같은 것.
어제 인터넷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가 타국에 살면서 외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 고 얘기했다. 물론 정말 그러지 않았을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친구들이 있어서 괜찮았다는 얘기에 마음이 좀 놓였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참 애매하다. 젊고 예쁜시절을 누구보다 빛나게 보낼 수 있지만 꽃만큼이나 수명이 짧다. 그걸 위해 어리고 아름다운 평범한 시간들과 바꿀만큼 가치있는 일인지 주목받는걸 굳이 선호하지 않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외롭지 않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해줘서 많이 미안하지 않았다.
사실 이 나이에 뭔 아이돌을 좋아하냐 할 수 있지만 뭐 어떱니까. 내 심신안정과 스트레스 해소에 지금 그만한 약이 없는데. 그러니까 더 힘내라. 나도.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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