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51227.

comodisimo 2015. 12. 27. 22:05

헤어진게 아니라 잠시 싸우고 있는 것 같은 사람도 있고 헤어진게 아닌데도 영영 못 볼 것 같은 사람도 있다. 둘 다 그리 좋은 이별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은미 콘서트엘 다녀왔다. 대단한 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벌써 두번째다. 노래도 훌륭했고 새록새록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첫번째 콘서트에선 슬픈인연을 듣고 코 끝이 찡했던 것 같다. 다른것보다 엄마랑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점점 무뎌지는게 아닐까? 라고 했는데, 이런 이벤트에 점점 무뎌지는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본질은 그게 아니니까.

여유가 있는 사람은 좀 다르다. 세상에 날이 서 있지 않은 느낌. 경제적인 여유건 마음의 여유건.
그런 여유 속에 살기 위해 얼마나 치열해져야 할까? 웃으며 살기 위해 얼마나 울어야 하나. 날이 서지 않은 모습으로 서기까지 얼마나 날카로운 날을 세워야 할까. 거저 얻어지는게 없다는걸 이젠 조금 알 것도 같아서.

힐을 신는 여자는 늙지 않는다. 적어도 힐을 신기위한 노력을 한다는거니까. 나는 힐을 너무 일찍 놓아버린건 아닌가. 그래도 요즘은 무릎이 좀 괜찮아져서 가끔 힐 신는데 한번 신고나면 며칠을 무릎이 뻐근하던데 매일 신는 사람들 진짜 대단해.

그리고 진짜 추운날, 이런날엔 진짜 치마 입고 힐 신는 사람 없겠지? 싶은데도 출근길에 어김없이 스틸레토 힐 신은 여자와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는 나타난다.


네일 했다. 기분 전환겸 했는데 여리여리한 핑크가 마음에 든다. 근데 네일 해주는 사람이 자꾸 빨간색에 하얀 펄 하라고 그랬는데 끝까지 핑크 하겠다고 하니깐 나중엔 좀 시무룩해 하더라. 기분 전환 하고 싶어서 한건데 썩 개운하지 않네? 근데 지금 시즌도 다 지났는데 그렇게 촌스러운걸 자꾸 강요하다니.

내년에 뭘 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내년엔 새로운 것들에 도전도 하고 더불어 미뤄둔 일들을 하나둘씩 처리하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 소소하지만 따뜻한 날들을 보내고 싶다. 다른 모든것들을 못한다 하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걸로도 충분할 것 같다. 영 멀리 있는 일 처럼 느껴져 뭐 때가 되면 어떻게 되겠거니. 하고 먹었던 마음도 조금은 고쳐먹어야겠다. 내년엔 반드시 혼자 있지 않아야겠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0104. 다르지 않은 날  (0) 2016.01.04
151229. 쓸데없는 얘기들  (0) 2015.12.29
151218. Beethoven symphony No.9  (0) 2015.12.19
151217.  (0) 2015.12.18
151213.  (0) 201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