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0512_

comodisimo 2017. 5. 12. 22:10

블로그를 열심히 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누군가 나를 일부러 찾았다, 는 느낌이 들 땐 괜히 등이 서늘해진다. 그렇지만 반갑기도 하고 누군지 궁금해지기도 해서 조금은 설렌다고 해야하나. 뭐 아무튼. 누구십니까? 굳이 나를 찾았던 너는.

 


애독가도, 속독가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책이 없으면 하루가 너무 시들해져버리는 것 같다. 나의 허무함과 괴로움을 책으로라도 채워넣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뭐가 되었건 읽겠다. 이번주 독서 목록은,

 

  •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 숨결이 바람될 때 / 폴 칼라니티
  • 자존감 수업 / 윤홍균
  • 나의 한국현대사 / 유시민

 

그 중, 어제- '숨결이 바람될 때' 라는 책을 읽었다. 내가 굳이 그런 책을 고르는건지 아님 그런 메시지가 자꾸 눈에 띄는건지 알 수 없지만, 자꾸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사람의 죽음처럼 변하지 않는 진실은 없다는걸 자꾸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허무한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살아있음' 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해서- 살아서 어떤 위대한 업적을 이뤄야하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저, 태어났음이 어떤이에게는 (적어도 가족) 큰 의미일테니(어떤 의미로든), 굳이 훌륭한 무엇인가가 되려 하기보다, 살도록 허락하신, 살아있도록 보살펴주신, 살아가도록 믿음을 주신, 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게 삶에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튼 사람은 죽는다. 언젠가는, 어떻게든. 반드시. 젊다고, 건강하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주변에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죽음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볍다.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나를 살아있게 하는 사람들과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고.

 

 

궁금한 사람이 생겼다. 정말 말 그대로 궁금한 사람.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살까? 하는 의문이 들게하는.

누군가는 그걸 '호감' 이라고 그랬다. 하도 연애를 오래쉬어 연애 고자가 된 나는 그게 과연 호감인지, 의심이 들긴 하지만-

아무튼 밥이나 한 번 같이 먹으면서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또 그걸 '작업' 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접근하는게 옳지 못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호감도 작업도 아니다. 내 입장에선 궁금함과 해결의 방식- 인데 그걸 대체로 그렇게 받아들인다니, 별 수 없다.

그래서 추천받은 방법은, 시간을 들여 안면을 트고, 또 시간을 들여 친분을 쌓고, 그래서 밥을 먹어야 한단다.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할 만큼의 사람인지, 사실 잘 모르겠으나 다들 그걸 그래야 한다, 고 하니 이상하게 그 사람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냥 몇가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 뿐인데. 흠. 그게 정말 호감이고 작업인건가.

 

 

퇴근하고 잠깐 동네 백화점에 들렀는데, 중학교 때 같은 반이던 사람을 만났다. 친구라고 표현하기엔 이름도 잘 모르고, 아이라고 표현하기엔- 애 셋 딸린 애 엄마였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 나는 내 나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을 보고나니, 나에게 저런 아이가 셋이 있다고 해도 믿어질 나이- 라는 생각에 잠깐 움찔했다.

물론 가족들은 결혼에 대해 그렇게까지 스트레스 주지 않는 편이라 마음이 급하다거나, 하는건 없지만- 뭔가 한순간 훅- 하고 들어오는 압박이 있었다.

 

결혼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했다고 인생에 승리했다고도 믿지 않는다.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맞춰 한 결혼이라면 더더군다나. 그러느니 아예 혼자 사는편이 낫다고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다.

 

그래도 오늘은-

너 예쁘다, 고 말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 청승맞네. 이렇게 쓰고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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