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30415. 바람빠진 풍선_

comodisimo 2013. 4. 15. 21:55

1.

가까스로 무언가를 꼭 쥐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꼭 잡은 풍선 어딘가 바람이 나서

조금씩 조금씩 바람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한꺼번에 '펑' 하고 터져버리진 않았지만

이유도 모르고 조금씩 풀려버려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2.

커피를 세잔이나 가득 마신 이유일까.

몸이 힘들 때 진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아무래도 몸이 조금 힘들다는 기분이 든다.

심장이 두근거린다던지,

몸이 몸살난 것 처럼 떨린다던지.


오늘은 정말 컨디션 좋지도 않았는데

커피 세잔에 잠도 제대로 못잔 컨디션에

가뜩이나 예민한 목이 또 아프다.



3.

지하철 역에 내려 집으로 오는 길에

빠리바게트가 하나 있는데

케익 진열대가 인도 쪽으로 되어 있어서

오며가며 그 케익들을 자꾸 보게 된다.


조그맣고 동그란 컵케익 같은-

하얀 생크림 위에 딸기가 있는 그 케익을 보고는

저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언제부터인가 들었던 것 같다.

언제 기분 좋지 않은 날 먹어야지. 했는데

오늘 두개나 사왔다.


생크림케익은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느끼해서 먹다가 질려버렸지만-

뭔가를 가지고 싶을 때, 혹은 먹고 싶을 때.

그 순간 그걸 해버리는 것 보다

어떤 이유를 달아두고 그 이유가 충족되었을 때 한다면

스스로 큰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중엔 로마위드러브를 예매해서 봐야지.

트렌치코트도 찾아와야지.

팟타이를 먹어야지.

요리를 해야지.

머리맡에 있는 책들 중 한권을 다 읽어버려야지.

밝은 음악을 들어야지.

친구를 만나야지.

그리고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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